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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상장땐 대박" 사설 장외거래…魔手에 걸린 개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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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兆 불법시장, 승률 1%의 도박
공식 장외주식시장 버젓이 있는데 사설장외주식 사이트서 불법거래
허수 주문·부당이익 취득 등 난무…신종 SNS방 만들어 회원비 장사도
브로커가 싼값에 사들여 고가 매도…상장 실패땐 개인이 피해 떠안아야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 장외주식 거래를 알아보던 A씨는 최근 자신이 가입한 한 사설 투자모임의 자칭 투자전문가인 B씨로부터 비상장회사인 C사의 주식을 매수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현재가 1만원에 200주를 매수하면 조만간 있을 유상증자에서 액면가 500원에 200주를 더 살 수 있는 특혜를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A씨가 다른 투자자를 데리고 오면 그가 투자한 금액의 10%를 주겠다고도 했다. C사는 미국, 중국 등 해외에 이미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기업으로 상장만 할 경우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는 B씨의 얘기에 A씨는 솔깃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C사의 주식은 공식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는 거래되지 않는 종목이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사설 장외주식 사이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불확실성 요소가 확대되면서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상장에 실패해 투자한 주식이 휴지조각이 되버릴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게 된다. 또 사설 사이트에서 주식을 매매할 경우, 매수금 입금 뒤 주식이 입고되지 않거나 브로커들이 주식을 싼값에 매수해 높은 가격으로 매도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행위가 발생할 위험이 있다. 결국 이득은 중간에서 농간을 부리는 브로커들만 챙기게 되는 셈이다.


◆"상장만 하면 대박" 현혹…'깜깜이 투자' 개미는 '먹잇감'으로 전락 = 장외주식 시장은 한 마디로 정규 주식 시장, 즉 코스피나 코스닥 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비상장주식이 거래되는 시장을 말한다. 상장할 만큼 기업 가치가 높거나 입증되진 않았지만 기술력이나 성장 가능성이 상당한 기업들의 주식을 놓고 수요와 공급이 형성된다. 비상장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를 모을 수 있고, 투자자는 상장 후 기업 주가가 크게 뛸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주식을 미리 살 수 있다. 될 성 부른 나무를 떡잎 때부터 점찍어 주주의 권리를 선점하게 되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대개 상장이 예정된 소위 '우량 기업'의 주식을 장외에서 미리 매입해 선점하는 방식으로 시세차익을 노린다.

문제는 장외주식에 대한 정보 유통이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정보의 진위 여부 역시 정확하게 파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상장 기업들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들이 발생할 때마다 이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데 장외주식시장에서 유통되는 종목에 대한 정보는 어느 누구도 제공의 의무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스스로 수천, 수만 개 기업의 재무상태와 투자 현황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런 와중에 소위 투자전문가로 불리는 일반인 및 불법 브로커들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청담동 주식부자' 사기사건 같은 경우가 바로 전형적인 '깜깜이 투자'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한 대표적인 사례다.


◆허수(虛數) 주문, 결제 불이행, 탈세, 부당이익 취득 등 불법 난무 = 장외주식의 경우 가장 큰 호재는 상장 가능성이다. 일례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은 2000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과 만난 뒤 소프트뱅크를 통해 2000만달러(약 220억원)를 알리바바에 투자했다. 이후 알리바바는 급성장했고 2014년 9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손 회장이 투자를 통해 취득한 알리바바 지분의 가치는 747억달러(약 82조원)까지 폭등했다. 무려 4000배의 수익을 낸 것이다.


이처럼 모든 투자자가 대박의 꿈을 꾸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기업은 약 1만여개로 추산된다. 이 중 상장에 성공하는 기업은 매년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공개(IPO) 단계에 돌입조차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고, 기업 존속 여부조차 쉽게 점치기 어렵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은 대박의 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위험요소도 분명 크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하이 리턴(High Return)'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대박을 꿈꾸는 투자자들을 노린 소위 '업자'들이 생겨나면서 그동안 장외주식거래는 허수(虛數) 주문, 결제 불이행, 탈세, 부당이익 취득 등 여러가지 구조적인 문제점을 일으켜 왔다.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4년 8월 K-OTC 시장을 출범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는 장외주식 시장인 K-OTC 대신 사설시장에서 대부분의 거래가 이뤄지고 있고 있다. 사설 장외주식 거래사이트와 브로커, 개인 간 거래 등 비공식 장외주식시장을 통해 거래되는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2000억원 정도인 K-OTC의 연간 거래 규모보다 무려 30배나 큰 금액이다.


한재영 금투협 K-OTC 부장은 "사설 사이트를 보면 비상장기업에 대한 호가가 올라와 있는데 사실상 실질적인 가격이 아닌 경우가 많다"면서 "소위 '업자'들은 '물건'을 싸게 떼서 개인투자자들에게 비싸게 파는데 투자자들이 이를 시장가격이라고 착각해 피해를 보기 쉽다"고 말했다.


◆SNS에서 음성화…갈수록 지능화 되는 불법 거래 =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팅방'이나 '네이버 밴드' 등 SNS로 이들의 활동무대가 옮겨가고 있다.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은 대개 '무료방(속칭 무방)'을 운영하며 팬층을 확보한 이후 궁극적으로 돈을 받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료방(속칭 VIP방)'을 목표로 한다. 유료방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회원비는 한 달에 최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달한다. 기존 인터넷 카페 등과 달리 음성적인 채널에서 존재하기 때문에 겉으로 봤을 때는 회원수가 몇 명인지 파악할 방법이 없다.


이 때문에 금융감독원은 올해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법 영업행위 근절을 위한 액션플랜을 가동키로 했다.


금감원은 민원발생 업체 및 파워블로거 등 회원수가 많은 사업자 등을 중심으로 약 300개 업체를 선정해 일제점검 및 테마별 수시점검 등 연중 지속적으로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무인가 영업행위 등 불법행위가 회원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직접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는 이른 바 '암행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불법금융투자업체 적발건수는 2015년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로 줄었지만 더욱 음성화되고 있어 적발도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라며 "현재 불법혐의로 신고된 업체수만 1300여개가 넘는 상황으로 불법행위 의심, 민원빈발 및 과장광고 업체 등을 중심으로 암행점검을 심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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