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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댓글들의 외침, 소리로 시사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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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보이스전' 사운드 프로젝트 전시
7월1일까지 강남 코리아나미술관서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댓글들의 외침, 소리로 시사를 보다 김가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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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목소리를 따라 전시장 계단을 걸어 내려간다. 벽을 장식한 화려한 음반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지하에는 가사집을 정리해 놓았다. 관객이 골라 모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다. 현장에서 직접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작가 김가람(33)은 정치·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다. 매달 굵직한 사건기사에 나오는 댓글들을 모아 디지털 음반을 낸다. 2014년 5월 7일 첫 싱글인 '사심'을 발표했다. '인트로(Intro)', '노팬티', '에듀케이션(Education)' 세 곡을 묶었다. 특히 노팬티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다뤘다.


작가가 댓글을 흥미로워 하는 이유는 여론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긍정적일 때도 있고, 부정적일 때도 있다. 예를 들면 댓글로 인해 드라마 주인공이 바뀌기도 하고, 국정원 댓글사건처럼 온 나라를 뒤집어 놓기도 한다.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주요사건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의 댓글 서비스는 2004년부터 시작했는데 초창기에는 (댓글이) 소위 '정상적'이었다. 그러나 점차 유입세대도 달라졌고, 무엇보다 익명성을 보장받으면서 자유롭고 솔직하게 쓴다는 특징이 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댓글들의 외침, 소리로 시사를 보다 4ROSE 포스터 윌 & 씰링(2017), 디지털 출력, 가변크기/ 그간 발매한 음반 표지를 모은 작품이다. 코리아나 미술관 전시장 벽면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코리아나미술관 제공]



4ROSE는 작가가 만든 가상의 걸그룹이다. 음원회사를 통해 유통시켜야 하기 때문에 새 걸그룹 이름을 찾아야 했다. 그는 "처음 세 곡을 만든 다음 계약을 하기 위해 회사를 찾아갔다. 처음 들으면 장난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포트폴리오를 보여주며 설득했다. 이후부터는 작가의 작업물로 인정받고, 계속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고 했다.


가사를 기획할 때도 댓글 한 줄 한 줄 그대로 옮긴다. 댓글 문장을 고치거나 재구성하지는 않는다. 오타도 빠짐없이 싣는다. 대신 댓글을 선정해 연결하고, 운(韻)을 맞춘다. 나름 하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게 한다. 익명의 글이기 때문에 법적 저작권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전시된 가사집에는 QR코드가 있어 작품에 활용한 기사를 휴대폰으로 볼 수 있다.


작가는 "10년 장기프로젝트로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른여섯 곡이 나왔다. 아카이브로 주요 사건들을 되돌아볼 수 있다. 전시기간까지 두 곡 정도 더 발매할 예정이다. 전시에도 추가 설치한다"고 했다.


화려한 비트사운드에 발음이 딱딱하고 정확한 기계목소리가 들린다. 작가는 음악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 음악적 완성도보다 댓글과 반응이 중요하다. 김가람은 "무료로 쓸 수 있는 샘플을 섞어 배경음악을 만든다. 가사를 먼저 만들고 거기에 음악을 맞춘다"고 했다. 대개 1분 남짓. 유통회사와 함께 작업하면 '오늘 나온 신곡'으로 등록돼 대중이 쉽게 들을 수 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댓글들의 외침, 소리로 시사를 보다 SOUND PROJECT by 4ROSE(2014-ongoing)



이슈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지난 2015년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한 '아젠다 헤어살롱'은 미용실을 콘셉트로 삼아 진행한 작업이다. 작가는 관객에게 '난민 수용 문제', '그리스 위기', '언론의 자유' 등 주제를 적은 가운을 입힌 다음 관객이 슬로건에 동의하는 만큼 머리를 무료로 잘라주었다. 머리를 자르는 동안 해당 주제에 대해 의견을 주고받았는데, 이 작업을 하기 위해 미용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에 유행하는 셀피 문화(자신의 모습을 직접 사진 찍는 문화)를 반영한 전시에도 참여해 '인증샷' 배경으로 사용할 설치작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사비나미술관에서 8월4일까지 열린다.


김가람은 이와 같이 우리 사회가 내포한 문화와 사회적 이슈를 설치, 퍼포먼스, 미디어 등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낸다. 대중에게 익숙한 이미지를 활용해 낯선 질문을 던진다. 유희적 실험으로 감상자에게 공감할 기회를 제공한다. 김가람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것을 주로 활용한다. 내용은 사회적이고 심각하지만 접근하기 쉬운 방향을 택한다. 어떤 메시지가 옳다고 하기보다 일정한 공론의 장(場)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김세영의 갤러리산책] 댓글들의 외침, 소리로 시사를 보다 The Red Wall(2017), 레드 페인트, MDF합판, LED전구, 아일렛, 종이 575×220× 15㎝



그를 어떤 작가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현재를 사는 작가임은 분명하다. 그는 "작업을 하는데 있어 과거에 다루지 않았고 미래에도 이뤄지지 않을 주제를 찾고자하는 방법론적 고민을 했다. 지금의 주제를 다루면 옛날 것도, 앞으로의 것도 아닌 게 된다. 지금에만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작업이 된다"고 했다.


김가람은 이화여자대학교 회화·판화(서양화)과를 졸업하고, 2011년 런던 첼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음반 작업물 '사운드 프로젝트'를 모두 전시한 '더 보이스'전은 강남구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오는 7월 1일까지 한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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