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과도기에 빠진 트럼프…"정책 기대효과 상충, 구체적 실현방향도 부족"
정책 구체화 과정에 韓 이해관계 반영 노력 필요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00일, 추진 정책들이 과도기적 상황에 처하면서 미국 행정부가 정책·정치·외교 등 3대 딜레마에 빠졌다는 한국은행의 진단이 나왔다. 정책 성과를 위해서는 정책의 정합성을 높이고 의회·언론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한미FTA, 북핵 문제 등 미국과 각종 현안으로 얽혀 있는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진행상황을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30일 발간한 해외경제포커스 '트럼프 행정부 출범 100일'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초 명확한 정책기조를 제시했던 것과 달리 정책 추진의 과도기적 상황에 빠져있다. 송수현 한은 미국유럽경제팀 조사역은 "주요 정책들이 과도기적 상황으로 의회·법원의 반대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대외부분의 기조가 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 건강보험, 기후변화 대응 등 주요 정책들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들과 확연히 방향이 다른 가운데 입법화 등 구체적 실현방향은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또 글로벌 기조와도 차이가 커 국제기구, 글로벌 리더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또 공약의 구체성이 부족하고 리더십이 예측불가능하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정책 불확실성도 증대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추진하는 반이민 행정명령은 법원의 집행중지 결정을 받았고, 트럼프케어는 의회의 벽에 부딪혀 철회됐다. 이같은 사례들은 트럼프의 세제개혁에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가 무역·통상 부문과 외교·안보 정책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분화되고 있다. 무역·통상정책은 보호무역을 지속하면서 외교·안보는 불개입에서 적극 관여로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 정치, 외교 등 3대 딜레마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주요 정책의 효과가 모순됨에 따라 정책 딜레마가 우려된다. 자국 우선주의 대외정책과 기업활동 촉진, 재정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무역비용이 증가하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는 2.2% 감소해 중국(-1.7%), 유럽(-1.8%)에 비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 국경조정세 역시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생산비용 증가, 미국 소비자 생계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송수현 조사역은 "보호무역 등 미국이익 우선 정책이 무역분쟁 등으로 오히려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약하고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재정확대, 이민제한 등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중장기적 효과는 제약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또 의회·언론과의 협력이 필수적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백인 노동자 등 기존 정치질서에 반감을 가진 핵심 지지기반이 약화될 수 있는 정치적 딜레마도 해결해야 한다. 더불어 외교적으로는 시리아, 북핵 등 국제문제에 적극 관여하면서 보호무역정책등 기존 입장과 상충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FTA, 북핵 등 각종 현안이 얽혀있는 만큼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구체화되는 상황에서 우리의 이해관계를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무역통상 분야에서는 국제기구와 다자간 협력체를 통해 자유 무역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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