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지주회사 오는 10월 출범
투명경영·지배력 강화 두 마리 토끼 잡기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뉴롯데'가 마지막 퍼즐을 완성한다. 롯데그룹이 오는 10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신 회장이 그동안 약속한 투명경영이 가능해지고, 그룹내 지배력이 확대되면서 형제간 경영권 분쟁으로 부침을 겪었던 '신동빈 체제'는 더욱 안정화될 전망이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쇼핑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제과, 롯데푸드는 전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각 기업을 사업 부문과 투자 부문으로 인적분할하기로 결정했다. 사업 부문은 기존 사업을 영위하고, 투자 부문은 지주사로 편입된다. 롯데는 그룹의 모태인 롯데제과 투자회사를 중심으로 각 투자 부문을 합병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들 4개 회사는 오는 8월29일 예정인 주주총회에서 이번 회사 분할합병에 대한 승인여부를 결정하고, 오는 10월1일 롯데 지주사가 출범한다.
인적분할은 분할 전 회사 주주들이 지분대로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기업 분할 후 신 회장과 주요 계열사 대주주는 사업회사의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한 후 투자회사의 신주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의 지주사에 대한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래에셋대우는 신동빈 롯데 회장과 측근이 신설되는 롯데지주회사 지분을 최대 49.64% 확보할 것으로 추산했다. 신동빈 회장이 10.56%에 이르고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5.73%, 신격호 총괄회장 2.92% 등 총수일가의 보유 지분 합산 비중은 20.93% 수준으로 추정됐다. 정대로 연구원은 "롯데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율 요건 충족을 위해 진행하는 공개매수와 현물출자, 지주회사 신주 교부 과정에서 총수일가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주회사에 대한 추가 지분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4개사에서 분할하는 각 투자부문의 본질가치 산정과정에서롯데쇼핑 투자부문의 합병가액이 현재 시장가보다 높게 평가됐다"며 "이는 신동빈 회장 등 롯데쇼핑 보유 지분이 많은 총수일가가 그룹 내 지배력 확보를 위해 롯데지주회사 지분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데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언급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분율이 유사한 롯데제과는 사업회사 비중이 낮아 지분스왑 효과가 미미하지만, 신동빈 회장이 대거 보유한 롯데쇼핑은 사업회사의 비중이 높아 지분스왑시 레버리지 효과가 최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올해초 롯데쇼핑 지분을 5% 매각하면서 신 회장과 지분격차가 더 벌어졌다.
롯데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도 단순해진다. 롯데그룹은 2015년 형제의 난 이후 실타래같이 얽혀있던 순환출자고리를 416개에서 지난해 8월까지 67개로 줄였고, 이번 지주사 전환 결정으로 18개로 줄어든다. 롯데그룹은 "지배구조가 단순화하면서 주주 중심의 투명경영, 저평가됐던 기업가치 제고, 계열사별 책임경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이번 순환출자 고리의 자사주화로 롯데지주회사의 자사주 보유 비중은 12.3% 수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롯데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18개 순환출자 고리를 순차적으로 해소해야 하며 롯데상사(27.68%), 롯데건설(3.16%) 등 일부 계열사 지분과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캐피탈(25.64%), 롯데카드(93.78%) 등 롯데지주회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2년의 유예기간에 처리해야 한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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