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박 전 대통령 3차례 독대 대화 내용 공개
삼성, "특검 부정 청탁의 자리 주장은 일방적 추측일 뿐" 반박
[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하면서 나누었던 대화가 공개됐다. 특검은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간 부정한 청탁이 오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삼성측은 특검의 일방적 추측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20일 이 부회장과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 5명에 대한 5차 공판을 열었다. 특검은 전날에 이어 서증(서류증거) 조사를 통해 이 부회장의 뇌물 공여 의혹을 추궁했다. 전날 재판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의 진술조서가 처음으로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특검과 검찰에서 총 71시간 50분 동안 조사를 받으면서 2014년 9월15일, 2015년 7월25일, 2016년 2월25일 박 전 대통령과 개별 면담하면서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진술했다. 5분간 이루어진 1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승마협회를 좀 맡아 달라, 올림픽에 대비해 승마선수들에게 좋은 말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 달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2차 독대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 상태를 묻는 박대통령의 질문에 대해 "신체적인 건강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계신다"고 답변했다. 또 삼성이 육성하는 미래 신산업에 대해 "바이오와 의약, 의료기기, 웨어러블에 집중하고 있다"며 "바이오는 2018년 제조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시밀러에서 신약까지 단계적으로 사업을 확대해 최종적으로는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이루어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분야 강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박 전 대통령에게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은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이른바 '레이저빔 눈빛'을 보내며 삼성의 승마 지원이 소홀한 점을 질책한 날이기도 했다. 3차 독대에서는 30분 중 10분 가량을 JTBC에 대해 얘기했다. 박 전 대통령은 JTBC가 정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하는지에 대해 언짢아했다고 이 부회장은 전했다.
특검은 3차례의 독대가 은밀한 자리에서 이뤄진 만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간에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과 대가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삼성측 변호인은 "1차 독대 시간은 5분에 불과했는데 대통령이 승계작업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뇌물 수수 합의라는 엄청난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2, 3차 독대에서도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말을 하는 자리였으며 안종범(전 청와대 경제수석) 수첩에 적혀 있는 13가지 주제를 얘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이 삼성측의 설명이다.
삼성 측은 "대통령이 승마지원을 요구했으나 '정유라'를 지칭한 적은 없으며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도 '문화융성'과 '스포츠' 지원을 말했을 뿐 '재단'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 독대 내용을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에게 전달하고 이후 진행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 삼성측의 입장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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