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없어 신원조회 끝날 때까지 임시출입증 발급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오는 5월 9일 이른바 '장미대선' 직후 대통령을 직접 보좌해야 하는 청와대 비서실이 당분간 파행 운영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 정부 참모들은 대선 결과가 나오는 즉시 모두 청와대를 떠나고,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치지 않은 새 정부 참모들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현재로서는 다음달 10일 이후에는 청와대로 출근하지 않을 계획"이라면서 "인수인계 차원에서 일부 행정관들은 남을 수 있겠지만 현재 정해진 방침은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업무 인수작업에 대해서도 다소 미온적이다. 원하지도 않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현 정부와 관련된 사안을 알려달라고 하면 모를까, 우리가 먼저 인수인계를 해주겠다고 나설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언급했다.
정권이 바뀐 직후 새로운 참모진이 직면하게 될 불편은 출입문제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만 해도 정권교체기 마다 인수위가 꾸려져 미리 청와대 근무자들의 신원조회를 거쳐 출입증을 발급받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선 결과를 알 수 없어 사전에 새로운 참모의 신원을 확인하기가 불가능하다.
청와대 경호실 관계자는 "새 대통령이 업무를 시작하면 비서진은 불가피하게 임시출입증을 발급받아 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경우 출입구에서 일일이 비표와 신분증을 교환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국정 운영에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신원조회를 보다 빠르게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새 정부의 국정운영이 청와대 참모 보다는 내각 중심으로 당분간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일부 유력 대선주자가 당선 후 새 장관이 임명될 때까지 현 정부의 장관 대신 새로 임명하는 차관을 중심으로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현 정부 장관들 가운데 적잖은 숫자가 국정공백을 우려해 당분간 남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지나친 전(前) 정권 지우기가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한 참모는 "국무위원인 장관 없이 차관만 갖고 국무회의를 진행하기가 어렵고, 차관이 부처를 장악한 상황에서 장관이 그 위로 온다면 제대로 국정이 돌아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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