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문제원 기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딸 정유라씨가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세간의 의혹에 대해 '말도 안 된다'며 억울함을 표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11일 열린 최씨 뇌물사건 2차 공판에서 최씨는 증인으로 출석한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질문하는 도중 이 같이 말했다.
최씨는 "국가대표 선발은 말하고 사람하고 하는 거라서 조작을 못한다"며 "심판도 3~4명이 있고, 다른 사람들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씨는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정유라 특혜) 의혹을 제기하면서 승마협회가 시끄러워졌는데 그것 때문에 딸이 타격을 많이 받았다"며 "저희 딸은 5살 때부터 말을 탔고 올바르게 국가대표가 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씨는 2014년 아시안게임 승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여러차례 실수를 하고도 경쟁자를 물리치고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그룹이 정씨에게 명마(名馬)를 사주는 등 특혜를 제공하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있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특검은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진술을 인용하며, 지난 2015년 1월9일 김 전 차관과 함께 청와대 위민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면담할 당시 대통령에게 정씨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는지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김 전 차관이 특검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면담에서 '정유라 같이 운동 잘하는 선수들을 정책적으로 잘 키워야 한다. 왜 그런 선수의 기를 죽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이 같은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전 차관이 박 전 대통령이 정씨를 언급해 '깜짝 놀랐다'고 진술한 것과 반대되는 증언을 한 셈이다.
다만 김 전 장관은 "김 전 차관이 특검에서 허위로 진술할 이유가 있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당시 제가 같은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거짓말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면담 중 대통령 말씀을 받아적은 업무수첩에 정씨와 관련된 내용이 없는 것에 대해서도 "굳이 저하고 상관없는 부분까지 적지는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체육분야는 주로 김 전 차관이 담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박 전 대통령이 '안 의원으로부터 문체부 산하기관장 추천을 받지 말라'거나 '정치 편향적인 문화·예술 작품에는 지원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은 정치 편향적인 작품에 대해 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을 걱정했다"며 "김무성 의원이나 안 의원이 단체장으로 추천하는 사람도 임명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