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트페테르부르크서 최소 10명 숨져…팔다리 잘리고 머리 불붙어 끔찍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객차 안에서 폭발물이 터져 최소 10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 폭발은 3일 오후 2시40분께(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센나야 플로샤디 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 역 사이 구간을 지나던 지하철 객차 안에서 일어났다.
당시 객차는 상당히 붐볐다. 두 정거장 사이에서 갑자기 벼락같은 소리가 터져나왔고 동시에 강한 냄새와 연기가 흘렀다고 현장 목격자들은 전하고 있다. 폭발물이 터진 뒤에도 지하철은 계속 움직였다고 한다.
러시아 당국은 폭발물의 위력이 TNT 200~300g 수준으로 강력했고 폭발장치 안에 살상용 철제 파편이 있었다고 밝혔다. 목격자의 증언과 사진들이 속속 SNS에 올라오고 있다. 폭발물이 터지자 승객들이 일시에 움직이면서 아비규환의 상태가 됐다. 일부 여성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장면이 보이기도 했다. 사진에는 기차 출입문이 너덜너덜한 채 찢겨져 있고 플랫폼에는 쓰러져 누운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은 목격자 증언들이다. "승객들은 모두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역에서 내렸다. 옆 객차가 산산조각이 난 것을 봤다. 유리창들은 깨졌고 불빛은 없고 피가…"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들의 머리카락은 불에 탔다.""내 여자친구는 폭발이 있었던 옆 칸에 타고 있었는데 객차에서 나올 때 잘려나간 팔다리들을 봤다고 한다.."
러시아 당국은 이 사고를 즉각 테러로 규정하지는 않았으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참사지역 부근에 있었기에 그런 의심이 더해지는 상황이다. 이슬람 테러로 보는 시각도 있으나, 심각한 국제적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인지라, 소식통들은 아직 이에 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폭발 당시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위치한 스트렐나 대통령궁에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회동 중이던 푸틴 대통령은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애도를 전하며 “원인을 말하기엔 아직 이르며 조사 중”이라면서 “테러로 인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현지시간) 지하철 폭발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를 표했다.존슨 장관은 이날 트위터에 "상트페테르부르크 폭발 뉴스에 충격을 받았다"며 "희생자와 가족들에 애도를 표시한다"고 말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도 트위터에 "상트페테르부르크 지하철 폭발 희생자들과 그들의 사랑하는 가족, 러시아 국민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언급했다.
사고가 난 두 역은 지하철 2호선으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남과 북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또한 이 두개역은 모두 환승역이라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 이기도 하다.
러시아당국은 구급차량과 의료진들을 급파했으며 상트페테르부르크 내 모든 지하철역을 폐쇄 조치하고 승객들을 즉시 대피시켰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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