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벌어진 짐승 교통사고…도심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새벽 3시 무렵 광화문 광장, 세종대왕상 앞의 횡단보도에서 멧돼지 한 마리가 차에 치어 숨지는 일이 일어났다. 2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 멧돼지가 돌아다니고 있다"는 4건의 신고가 112 상황실에 들어왔다. 경찰이 현장으로 출동했을 때에는 멧돼지는 달리던 자동차와 충돌해 죽어있었다고 한다.
멧돼지는 몸길이 약1m, 몸무게 80㎏ 정도였다. 경찰은 택시와 부딪친 것 같다고 말했으나 충돌차량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짐승이 북악산을 배회하다 도심 한복판으로 내려왔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사체는 일단 관할 구청에 인계하기로 했다.
비슷한 사고는 작년 가을에도 있었다. 10월14일 밤 10시20분 경 서대문구 홍제동 도로에 100kg 정도 되는 멧돼지가 튀어나와 달리던 택시에 부딪쳤다. 짐승은 앞다리가 부러진 채 도주하다 출동한 경찰의 총에 사살됐다.
이런 사고들은 청와대를 비롯한 도심 한복판도 멧돼지 출몰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준다. 작년 11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548건이 발생했는데, 이전 5년간 통틀어 1331건이 일어난 것을 감안한다면 최근 급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북한산과 인근한 종로구(30%, 405건), 은평구(22%, 290건), 성북구(11%, 147건)에 집중되어 있어, 이번 사건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특히 멧돼지 출몰이 잦은 계절은 가을이며 그 다음이 여름과 봄이다. 이 짐승이 도시 속으로 내려오는 까닭은 우선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인데, 도심 인근 산(특히 북한산)의 생태계 속에서 멧돼지를 위협할 만한 상위포식자가 없기에 개체수가 제어되지 않고 계속 늘어난 까닭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늘어난 멧돼지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해 영역 확장의 차원에서 도심을 배회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어제인 토요일 오후. 촛불과 태극기시위대들이 몰려나왔던 곳. 뜨거운 정치와 민심의 현장인 광화문 광장. 바로 몇 시간 뒤에 튀어나온 멧돼지 공포. 근본적인 대책과 경각심 환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디지털뉴스본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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