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선언하는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서한에 28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 역사적 서한은 29일 오후에 팀 바로우 EU 주재 영국 대사를 통해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 직접 전달될 예정이다.
서한이 EU에 전달되는 순간부터 리스본 50조가 발동된다. 44년간 정치와 경제에서 동고동락을 함께했던 영국과 EU와의 이혼 절차가 공식적으로 막을 올리는 것이다. 영국이 브렉시트에 대한 국민들의 의사를 묻는 투표를 실시한지 꼭 9개월만이다.
편지를 받은 투스크 의장은 48시간 내에 EU 측 브렉시트 협상 가이드라인을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에 제시하고 이를 회람한다. 27개 회원국은 협상 가이드라인에 서명을 하고 미셸 바르니에 협상 대표에게 협상 권한을 위임할 예정이다. 이때부터 EU 집행위와 영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테이블에서 얼굴을 맞대고 줄다리기를 시작한다. 브렉시트 협상은 오는 5월께 본격 궤도에 오를 전망이며 2019년 3월에 영국과 EU와의 완전한 결별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의 협상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2년에 걸쳐 노동·상품 이동의 자유는 물론 국방·국경·치안 등의 문제를 놓고 영국과 EU 협상단의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하드 브렉시트'로 흘러가거나 협상이 결렬되면 EU와 영국 모두 큰 정치·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할 수 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서한이 전달되는 29일 오전 영국 의회에서 공식 연설을 통해 "브렉시트 서한에 서명한 것은 모든 영국인들을 대표하는 것이며 공동의 가치와 영국의 이익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겠다"는 뜻을 밝힐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서한에 서명한 뒤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투스크 의장,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에게 각각 전화를 걸어 협상 개시 의사를 전달했다. 이들은 영국의 질서 있는 EU 탈퇴를 지지하며 이혼 후에도 영국은 EU의 우호적인 동맹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으로 브렉시트에 반대해온 스코틀랜드는 영국 정부에 제2의 분리·독립 투표 승인을 요구하는 발의안을 이날 의회에서 통과시켰다. 영국 정부는 거세지는 자치정부 독립 움직임과 반(反) 브렉시트 여론을 차단해 내부 분열을 막고 강경 노선을 선택하기로 한 EU와의 이혼 협상을 현명하게 진행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안게 됐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