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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영어도 언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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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삶터]영어도 언어다 케빈 경 잉글리시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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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나 표지판은 뭔가를 알리려 한다. 장소 이름이든 취급하는 상품이든 서비스든, 어떤 경고를 하든, 보는 이에게 특정 정보를 전달하거나 홍보하는 게 주목적이다.


한국에서 여기에 사용하는 언어는 당연 한국말이 으뜸이다. 그런데 멋을 살짝 내고 싶거나 외국인 손님을 기대한다면 상점 외벽 간판이나 벽, 유리에 영어를 추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개점을 알리는 매장은 grand open, 수제 케이크를 취급하는 제과점은 handmade cake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공중화장실의 경우 이미지나 아이콘으로 남성용과 여성용을 구별하기도 하지만, 영어를 함께 사용하는 곳도 많다. 누구나 다 아는 기초 영어 단어 MAN과 WOMAN으로 남자와 여자를 구분한 표지판이 눈에 자주 띈다.
논리적으로 딱 맞아 떨어질법한 이런 영어 표현들, 정작 원어민들에게는 생소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콩글리시'다. 개점은 grand open이 아닌 grand opening이고, 수제 음식은 handmade 대신 '집에서 만든'을 의미하는 homemade를 써야 한다. 화장실에서 남녀를 표시하려면 복수형 MEN과 WOMEN을 표지판에 새겨 넣는 것이 맞다.


화장실 안에서도 종종 팻말을 볼 수 있다. 언제인가 한번은 한 고속도로 휴게소 남자 화장실 소변기 위에 쓰인 영어가 눈에 들어오자 잠깐 혼란을 느꼈다. ONE STEP AHEAD. 화장실에서 자주 접하는 영어 표현이 아닌 터라 먼저 "한 발 앞서다"라는 직역이 머리에 들어온 탓이다. '한 발 더 가까이'를 강조하려는 의도인 듯한데, 이럴 때는 ahead을 closer로 바꾼 ONE STEP CLOSER가 더 적절하다.

영어는 언어다. 영어 표현이 마법의 주문 따위가 아니란 뜻이다. 한글 단어를 하나씩 번역한 후 영어 단어를 결합한다고 해서 상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표현이 나오지 않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전국 여기저기서 어색한 영어 표현들을 자주 접한다. 이는 일반 상가나 고속도로 휴게소에 국한 된 현상이 아니다.


남도에 한 유명 대규모 정원에 가보면 여러 볼 것 중 거대한 인공호수가 있다. 정원 측은 수심이 깊은 이 호수 주변에 경계표시 팻말 여러 개를 잘 보이는 곳에 배치해 놓았다. 팻말에 한글로 '주위'라는 단어를 큰 글씨로 표시하고 수심이 깊으니 주의하라는 문구도 포함시켰다.


영어도 추가했는데, 딱 단어 세 개다. DEEP WATER FALLING. 한국말과는 달리 '낙하하는'을 뜻하는 falling이란 단어가 추가되었다. DEEP WATER가 '깊은 물'일 테니 이 세 단어를 조합해서 얼추 뜻을 풀어보면 "깊은 물속에 떨어지다"가 된다. 그렇다면 표지판이 의도하는 함축된 의미는 "깊은 물에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일 테다. 문제는 이 표현이 불명료할 뿐 아니라 원어민에게는 이렇게 들린다는 점이다. '깊은 물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영어를 써야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느 기관이든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한국말뿐 아니라 영어로 된 표시도 중대한 과제로 삼는 게 맞다. 번역은 전문 업체나 적어도 아는 원어민에게 맡기거나 감수 받으면 좋다.


실은 간판이나 표지판에 들어갈 짧은 영어 문구가 당장 필요하다면 해법은 간단하다. 5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 매점 매니저가 개점을 알리려 한다고 치자. 현수막 업체에 전화하기 전에 먼저 스마트폰으로 포털 사이트에 들어간다. 영한사전에서 grand open을 쳐본다. 두 번째 단어에 ~ing를 붙여야 된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내친김에 다른 표현도 검색해본다. 아차. MAN, WOMAN이 아니다. 공동화장실 표지판도 바꾸기로 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될 노릇이다.


케빈 경 잉글리시 컨설팅 그룹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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