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문제원 기자] 황창규 KT 회장이 청와대의 지시에 못이겨 인사수요가 없는데도 '최순실 인맥'에 대한 임원급 채용을 단행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황 회장은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직권남용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증언을 내놨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윗선의 관심사항인데, 이동수를 KT에 채용해줬으면 좋겠다, 만나봤으면 한다'는 전화를 받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황 회장은 이어 검찰이 "'윗선'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안 전 수석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황 회장은 2015년 1월께 안 전 수석의 이 같은 연락을 받고 구현모 부사장을 통해 이동수씨와 접촉했다. 이씨는 최씨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사다. KT는 정기인사 시기가 아니고 인사 수요가 없었는데도 전무급으로 이씨를 채용했다.
황 회장은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의 부탁이 아니었으면 이동수를 만날 일도 없고 채용할 일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입사 8개월 만인 2015년 10월 KT IMC(통합마케팅) 본부장으로 발령 난다. 광고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KT는 이 같은 배경 아래 지난해 3~8월 68억여원 상당의 광고일감을 최씨가 실소유했다는 플레이그라운드에 발주했다.
이씨를 이 같은 자리에 앉힌 것 또한 안 전 수석이 구체적인 보직을 언급하며 인사조치를 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고 황 회장은 증언했다.
검찰은 이 같은 일이 최씨와 공모한 박 전 대통령의 포괄적 지시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본다. 안 전 수석은 앞서 "IMC라는 용어 자체를 몰랐는데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IMC라는 용어까지 설명해줬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KT는 역시 최씨의 측근그룹 일원이던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의 부인 신혜성씨 또한 비슷한 이유로 특혜채용했다. 황 회장은 이와 관련해 '신씨 인사도 정기인사가 아닌 신씨만을 위한 원포인트 인사였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황 회장은 검찰이 "KT와 증인(황 회장)은 안 전 수석의 인사 관련 요구를 거절하고 싶었지만 안 전 수석이 VIP(박 당시 대통령) 운운하면서 요청해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것이냐"고 묻자 "네"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VIP 관심사항이다. 정부의 일을 많이 하니 플레이그라운드를 KT의 광고 대행사로 선정해주면 좋겠다'는 전화도 받았다고 한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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