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민-진수 콤비에 득점 기대
선제골 넣으면 경기내용 달라져
내일 상암서 최종예선 7차전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시리아 산 강철침대를 해체하라!'
축구대표팀에 내려진 정언명령이다. 대표팀 공격수 황희찬(21ㆍ레드불 잘츠부르크)이 괜히 "시리아의 침대축구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겠는가. 황희찬이 아니라 대표팀 선수 모두가 마음에 새기고 있을 것이다.
대표팀은 오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시리아와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일곱 번째 경기를 한다.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우리 축구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한국은 27일 현재 A조 2위(3승1무2패ㆍ승점10)다. 3위 우즈베키스탄(3승3패ㆍ승점9), 4위 시리아(2승2무2패ㆍ승점8)가 턱밑에 있다. 시리아 선수들이 하나 둘 운동장에 눕기 시작하면 모스크바로 가는 길이 그만큼 멀고, 최악의 경우 사라진다는 뜻이다.
시리아의 침대축구는 강력하다. 우리 축구의 중동 라이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 침대를 즐겨 사용하지만 시리아는 '클래스'가 다르다. 시리아의 골키퍼 이브라힘 알메흐(26ㆍ알 와흐다SC)를 보라. 그는 지난해 9월 6일 말레이시아 셀렘반 파로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경기에서 '종합예술'에 가까운 개인기를 발휘했다.
전반 7분 구자철(28ㆍ아우크스부르크)의 슈팅을 막아낸 뒤 오른쪽 무릎을 다쳤다며 눕기 시작했다. 후반 4분과 후반 35분에는 오른쪽 다리 경련을 이유로, 후반 46분에는 별다른 충돌이 없는데도 골 앞에 누워 몸부림을 쳤다. 대표팀은 꼭 이기고 싶었지만 그때까지 0-0으로 답답한 경기를 했고, 겨우 승점 1점을 챙겨 들고 입맛을 다셨다.
시리아는 28일에도 누울 기회를 엿볼 것이다. 대표팀은 실수를 되풀이하면 안 된다. 특히 선제골을 내주면 어렵다. 얼른 만회하면 모를까 후반까지 끌려가면 어찌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동점 상황도 반갑지는 않다. 다만 시리아가 한국을 이기겠다고 결심했다면 0-0에서 눕지는 않을 것이다. 특효약은 선제골. 먼저 골을 넣으면 시리아 선수들도 침대를 펼 겨를이 없다.
그래서 손흥민(25ㆍ토트넘 핫스퍼)에게 기대를 건다. 손흥민은 경고누적으로 지난 23일 중국 원정경기(0-1패)에 결장했다. 그는 손흥민은 "이번 경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반드시 승리하겠다"고 했다.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62)은 "손흥민의 복귀는 대표팀에 플러스"라면서 "패스 지원과 후방 빌드업 등, 손흥민이 골을 넣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손흥민의 '단짝'인 왼쪽 풀백 김진수(25ㆍ전북)가 바쁠 것이다. 손흥민이 측면에서 돌파하고, 김진수가 공격에 가담해 패스를 연결하는 것이 슈틸리케 감독의 기본 전술이다. 김진수는 "손흥민이 원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