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극단주의자 소행 추정, 경찰·민간인 4명 목숨 잃어…한국인 부상자 5명 중 1명은 중환자실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이혜영 기자] 영국 런던 의사당 인근에서 22일(현지시간) 발생한 차량·흉기테러로 현재까지 5명이 사망하고 40여명이 다쳤다.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소프트타깃' 테러가 또 한번 발생하면서 영국은 물론 유럽 전역이 충격에 휩싸였다.
런던경찰청 대테러 책임자인 마크 로울리 치안감은 이날 오후 무장경찰에 의해 사살된 용의자 1명과 경찰 1명, 민간인 3명 등 모두 5명이 이번 사건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부상자 40여명 가운데 중상자가 있어 희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로울리 치안감은 사망한 용의자의 신원을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슬람 극단주의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사건을 테러 사건으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극단주의 감시단체 시테는 이번 테러 용의자로 테러 전과가 있는 이슬람 설교자 아부 이자딘(42)을 지목했다. 시테는 이자딘이 과거 테러사범으로 복역한 전과가 있으며, 2006년 영국이 대테러법에 따라 불법단체로 규정한 알부라바의 대변인 출신이라고 설명했다.
부상자 중 5명은 한국인 관광객으로 이 중 박모씨(67·여)는 머리에 중상을 입고 세인트메리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다. 박씨는 용의자가 탄 차량이 돌진해오자 인파에 뒤섞여 대피하던 중 넘어져 난간에 머리를 부딪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 외 나머지 50~60대 한국인 4명은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다.
용의자는 이날 오후 2시40분께 런던 의사당 인근 웨스턴민스터 다리에서 SUV차량을 몰고 인도로 돌진했다. 이후 그는 차량이 의사당 담장에 부딪히자 칼 2점을 들고 밖으로 나와 의사당 침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에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뒤 자신도 무장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테러 발생 직후 긴급 안보회의를 주재하고 총리실 밖에서 생중계 된 연설을 통해 "폭력과 테러를 통해 우리의 가치를 굴복시키려는 시도는 반드시 실패할 것"이라며 엄단 의지를 밝혔다. 그는 또 "테러 앞에서 함께 뭉쳐야한다"고 호소했다. 메이 총리는 현재 '심각' 단계인 테러경보를 상향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정상들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이번 테러를 규탄하고 테러리즘에 맞서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영국의 벗들, 그리고 영국민 모두와 슬픔을 함께한다. 독일과 독일 국민은 모든 테러리즘에 맞서는 전선에서 단호하게 영국 편에 서겠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심각한 테러를 겪은 프랑스는 오늘 영국 국민이 느끼는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면서 "유럽 차원, 아니 유럽을 넘어서서 우리 모두 조직적으로 (테러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테러 엄단 의지와 유럽의 단결을 강조하는 성명을 냈다.
유럽 국가들은 지난해 3월22일 발생한 벨기에 브뤼셀 테러 1주기인 이날 또 불특정 다수를 노린 '소프트타깃' 범죄가 발생하면서 경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특히 차량이나 칼 등 일상적인 도구가 테러무기로 활용되면서 공포감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20일 베를린 시내에서 발생한 테러도 많은 사람이 모여있던 크리스마스 마켓을 트럭이 덮치면서 12명이 목숨을 잃고 48명이 다쳤다. 작년 7월엔 트럭이 프랑스 니스에서 축제를 즐기던 인파를 향해 광란의 질주를 벌여 86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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