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홀에 아널드 파머 동상 제막, 16번홀에는 생전 쓰던 개인 카트 전시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골프전설이 만든 특급매치."
16일 밤(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베이힐골프장(파72ㆍ7419야드)에서 개막하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총상금 870만 달러)은 '골프제왕' 아널드 파머(미국)가 개최해 메이저에 버금가는 무대로 유명하다. 올해는 더욱이 파머가 지난해 9월 87세의 나이로 타계한 이후 처음이라는 상징성을 더했다. 총상금 역시 지난해 630만 달러에서 240만 달러를 대폭 증액해 위상을 높였다.
오랫동안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역작 메모리얼토너먼트(The Memorial Tournament)와 함께 '제5의 메이저 경쟁'을 펼쳤다는 것부터 뉴스다. 두 선수의 라이벌 의식이 출발점이다. 니클라우스가 먼저다. '구성(球聖)' 보비 존스(미국)의 마스터스를 롤 모델로 삼아 1966년 마스터스 우승 직후 "또 하나의 마스터스를 만들고 싶다"며 고향인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에 뮤어필드빌리지를 조성했다.
대회명에 이름을 넣지 않은 것은 물론 마스터스(The Masters Tournament)와 철자 구성까지 비슷할 정도다. 니클라우스는 이후 이 대회를 메이저로 격상시키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파머는 니클라우스와의 경쟁심에 불타 3년 뒤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을 신설했고, 1974년 베이힐을 사들인 뒤 대대적인 리뉴얼 끝에 최적의 코스로 완성했다.
두 전설의 존재감은 자연스럽게 빅스타의 출전을 유도했다. 파머는 특히 선수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냈고, 대회 기간에는 코스에 머물면서 선수는 물론 프로암에 참가하는 손님까지 극진히 보살폈다. 갤러리의 요청에는 언제나 따뜻한 웃음과 함께 사인을 해주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는 등 정성을 곁들였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매년 빠짐없이 등판했던 이유다.
파머가 떠난 올해는 동상이 호스트를 대신하게 됐다. 지난 12일 1번홀 티잉그라운드 옆에 파머의 득특한 피니시 자세를 재현한 동상이 제막됐다. 1964년 마스터스 우승 당시 모습이다. 울타리가 없어 누구나 다가가서 만질 수 있다. 파머의 생전 친근했던 면모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파머가 경기를 관전하던 16번홀 그린 옆에는 파머가 타던 개인용 골프카트가 있고, 평소 사용하던 골프채를 담은 캐디백이 그대로 실려 있다.
조직위원회는 파머의 고향 펜실베이니아주 라트로브 저택에서 가져온 유품을 전시한다. 각종 대회 우승 트로피와 메달, 그리고 직접 만든 야디지북 등을 볼 수 있다. 선수들은 저마다 파머와의 추억을 되살리며 '파머의 상징' 무지개색 우산 로고를 옷이나 가방, 장비 등에 부착했다. 디펜딩챔프 제이슨 데이(호주)는 "나는 파머가 우승컵을 건네준 마지막 선수"라며 "두고두고 특별한 추억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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