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중국의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보복이 한국을 압박하는 가운데, 경제사령탑인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양국 경제수장과의 만남을 위해 독일로 떠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유 부총리는 오는 17∼18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총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오후 2시 30분 출국한다.
바덴바덴 도착에 앞서 16일 영국 런던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들러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와 면담하고 한국 경제상황에 대한 설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17일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의 면담도 진행한다.
유 부총리는 이번 G20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장관, 샤오제(肖捷) 중국 재정부장 등과 양자회담을 계획하고 있다. 둘 다 이번이 G20 데뷔전이다. 유 부총리는 미국 측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호혜적이라는 점과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이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할 예정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에 대응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을 막기 위해서다.
미국과는 회담 일정이 잡힌 반면 중국과는 아직 일정이 조율되지 않은 상태다. 사드 보복 때문에 자칫 중국과의 양자회담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유 부총리도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할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확답을 내놓지 못했다.
황건일 기재부 국제금융정책국장은 "샤오제 부장과의 양자회담을 위해 차관보가 미리 독일에 가서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회담 일정이 (G20 회의의) 막판에 정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양자회담은 현지에서 일정이 정해지는 일이 많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양자회담이 이뤄질 경우 사드 관련 이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경제적 제재가 사드 보복의 일환이라는 명확한 증거가 없는 만큼 원론적 입장을 교환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중국 재정부장과 나눴던 이야기와 비슷하다"며 "'다른 문제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없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식으로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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