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폭력방지법·여성폭력방지법에 데이트 폭력 포함 필요
- 우리나라 데이트 폭력 심층적 연구 부족한 실정
[아시아경제 디지털뉴스본부 한승곤 기자] 힙합 가수 아이언(25·정헌철)이 자신의 여자친구 A씨(25)를 무차별로 폭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아이언이 이별을 통보한 A 씨의 목을 조르고, 얼굴을 4~5회 때리는 등 전치 35일의 부상을 입힌 혐의(상해 등)로 불구속 기소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같은 데이트 폭력은 호감을 느끼고 만나거나 사귀는 관계, 또는 과거에 만났던 적이 있는 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정서적·언어적·성적·경제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한다. 연인 간의 원치 않는 강제적 성관계는 데이트 강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성 2명 중 1명 폭행 당해
2015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 2명 중 1명은 남자 친구로부터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19세 이상 여성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70명(53.5%)이 남자 친구에게 폭력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710명(35.5%·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연구원 측은 보고서를 통해 “데이트 폭력은 반복되며, 점차 강도가 심해져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또 여성 인권 단체 ㈔한국여성의전화가 분석한 살인사건 결과에 따르면 2009년에는 애인이나 남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70명, 살인미수에 그친 경우는 7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각각 91명, 95명으로 급증했다. 연인에게 살해당한 여성이 70명에서 91명으로 40% 정도 증가한 것이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여성 92%…피해유형 폭행·상해
지난해 2월부터 전국 경찰서에서 운영된 ‘데이트 폭력 근절 특별팀’단속 결과에 따르면 따르면 지난해 데이트 폭력 집중 단속 기준 9364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8367명이 형사 입건됐다. 데이트 폭력 피해자는 여성(92%)이 대부분이고, 피해유형은 폭행·상해(61.9%) 체포·감금·협박(17.4%) 성폭력(5.4%) 순이며, 살인(미수)도 2건 발생했다.
이처럼 급증하고 있는 데이트 폭력에 대해서 경찰은 지난 2일 현장대응 강화방안을 내놨다. 112신고 시스템에 데이트폭력 코드를 신설하고, 서면경고장을 발부하는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경찰의 이번 조치는 지난 1월9일 B(33)씨가 강남에서 동거녀(34)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가 경찰에 연행됐다 풀려난 지 3시간 뒤, 동거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데 따른 것이다. 데이트 폭력을 바라보는 경찰의 안일한 대응이 부른 참사였다.
데이트 폭력 예방 실태에 대해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측은 “미국에 서도 매년 2월을 ‘데이트 폭력 근절의 달’로 지정할 정도로 가정폭력뿐만 아니라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에 대한 관심이 많고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여 범죄예방에 노력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아이언은 불구속 기소 직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여자친구는) 가학적인 성적 관념을 가진 마조히스트라, 늘 폭력을 요구했고, 본인은 그래야만 만족을 한다고 했다.”며 폭력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결코 무자비하게 여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을 하지 않았다" 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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