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경진 수습기자]11일 오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조만간 돌아갈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 앞은 취재진과 경찰과 구경나온 주민들로 인해 주말 답지 않게 북적였다.
오후 3시쯤 사저 내에는 인부 두명이 방범 철책을 손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보일러나 TV·인터넷 등 시설을 손보지 않아 하루 이틀 더 청와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박 전 대통령 측의 입장이다.
인근 주민들은 동정과 귀찮음, 냉대, 비판 등의 뒤섞인 표정이었다.
오후 2시30분쯤 사저 앞 통행로에 나타난 한 노인은 "생각을 좀 해봐. 자기 집 앞에 저렇게 카메라들 설치돼 있으면 좋겠어?"라며 호통을 쳤다. 취재진들이 진을 치고 카메라를 촬영하는 바람에 불편하다는 호통이었다. 노인은 여러 차례 기자들에게 삿대질을 하기도 했다.
사저와 멀찍이 떨어진 채 주민들은 삼삼오오 짝을 짓고 수군거렸다. “대통령 불쌍해서 어떡해”라고 누군가 외치면 이에 동조하는 식이다. 인근 세탁소 주인은 기자들에게 적의를 보이며 “인터뷰하기도 싫다”며 “빨리 가던 길이나 가라”고 손을 휘젓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분명 잘못은 했다”는 목소리를 내는 노인도 있었다. 대치동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가 어딘지 살펴보러 왔다”는 김진수(76)씨는 “대통령이 고집이 너무 셌다”고 말했다. “아버지, 어머니가 총탄에 모두 맞아 죽고, 또 본인도 이렇게 탄핵이 된 점은 안타깝고 착잡하다”면서도 “대통령이 너무 모른다. 최순실씨랑 문고리 3인방 같은 사람들에게 잡혀서 국정을 잘못 운영했다”고 말했다.
젊은 세대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차가운 태도를 보였다. 파란 트레이닝복을 입고 친구와 사저 근처를 지나던 주민 박종덕(27)씨는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적임자가 아니었다”며 “정치에 중립적인 입장이고 관심도 없지만 어제 헌재 심판은 잘못에 대한 처벌이란 생각에 동의한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그는 “이번 일로 집 근처에 기자들과 경찰 병력이 몰리면서 통행이 많이 어려워졌다”며 불편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전경진 수습기자 k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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