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박희준 칼럼]눈가리고 아웅하는 저출산 공약

시계아이콘02분 21초 소요

[박희준 칼럼]눈가리고 아웅하는 저출산 공약 박희준 편집위원
AD

최근 암울한 인구 통계가 속속 발표됐다. 혼인건수, 출생아 수, 합계출산율 모두 암울하기 짝이 없다.


우선 혼인건수가 급감했다. 지난해 28만2000건으로 전년 대비 14.7% 감소했다. 이는 사망건수(28만1000건)와 거의 비슷하다. 1970년(25만9600건) 이후 최저치라고 한다. 2011년 32만9000건이던 혼인 건수는 계속 줄어 6년 만에 4만여건 준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사망건수 보다 적어질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결혼하려는 청춘 남녀가 줄어든 이유는 여러 가지 일 것이다. 그 중에서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준 것을 먼저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800만명에 육박한 25~34세 인구는 지난해 673만5200명으로 감소했으니 그럴 듯한 설명이다.


출생아 수 통계는 더 암담하다. 혼인을 적게 하는 데다 기혼 부부가 출산을 기피하는 탓이다. 지난해 출생아는 40만6000명으로 40만명에 겨우 턱걸이했다. 역시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7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라고 한다. 통상 혼인 건수는 1~2년 뒤 출생아수에 영향을 준다고 한다. 혼인이 줄었으니 출생아수가 줄어들 것임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1.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앞으로 출생아수는 30만명대로 낮아질 수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그간 수많은 대책을 세우고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이런 참담한 결과를 마주하니 어이가 없다. 정부는 2005년 저출산·고령화 사회 기본법을 제정한 이래 100조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부었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설치했다. 그런데도 아이 울음소리를 듣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진단과 처방이 잘 못된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대선 주자들은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출산 유인책이 필요하다며 공약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만 6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3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유아 아동 청년에게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고 했으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만 6~12세 아동에게 월 30만원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에 일정 금액을 지원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조금이라도 높여보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렇지만 ‘이 돈을 받는다고 해서 아이를 더 낳을까’라는 물음에는 쉽게 ‘예’라고 말하기 어렵다. 아동 수당은 왜 청춘 남녀가 결혼을 미루고 결혼을 해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지에 대한 해법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공약은 젊은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이를 때까지 부담해야 하는 학비와 주거비, 결혼 후 주택마련 비용, 육아비용을 전혀 해결하지 못한다.


서울시내 사립 대학 등록금은 500만원을 넘는다. 원룸은 보증금을 빼고도 월 50만원 수준이다. 기숙사비도 만만치 않다. 괜찮은 곳은 월 40만원에 육박한다. 식비는 따로 내야 한다. 학생들은 학비와 주거비를 벌기 위해 천금 같은 공부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아야 한다. 그래도 빚을 지기 일쑤다. '금수저'와 '은수저'가 아닌 '흙수저' 출신은 학생들은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한다. 서울 유명 사립대를 졸업한 A씨는 2년 장학금을 받고 나머지를 아르바이트 등으로 충당했지만 수천만 원의 빚을 지고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졸업은 악몽이다. 높은 임금에다 안정된 정규직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한국고용정보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청년층(15~24세) 실업률은 전년 동기 대비 0.6% 상승한 8.9%였다. 그러나 4년제 대졸 이상 실업률은 10.4%로 2.5%포인트 높았다. 이러니 빚을 갚는 일은 정말 힘들다.


취직을 한다 해도 결혼과 출산은 먼 훗날의 얘기다. 신혼집을 장만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서울의 아파트 가구당 평균 전세값은 4억1515만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378만원 올랐다. 전국 평균 전세값도 2억2694만원이었다. 매매값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다. 고양 등 수도권 도시라고 해서 값이 싼 것은 아니다. 2억원 이상은 손에 쥐고 있어야 아파트 전세를 구할 수 있다.


부모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취직 5년 안에 결혼하거나 출산하는 일은 대단히 힘들다. 이런 상황에서 돈 몇 푼 준다고 해서 청춘남녀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유력 주자의 공약이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80년 대 이후 서울과 수도권의 허파인 분당과 일산, 판교 등지에 대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면서도 서울 아파트 값 준동을 막지 못한 국토교통부의 정책, 수천억 원의 자금을 쌓아놓고도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물리는 일을 방치하는 교육부의 정책이 계속되는 한 저출산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장담한다.
.
비싼 등록금과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문제를 놔놓고 청춘 남녀에게 빨리 취직하고,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라고 권하는 것은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일이다. 대선주자들이여 진실로 우리나라와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 문제의 근본 해법을 제시하는 게 옳지 않겠나.






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뉴요커 일상에 스며들다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뉴요커 일상에 스며들다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913:33
    ①"한국은 힙하다"…글로벌 트렌드섹터 'K라이프스타일'
    ①"한국은 힙하다"…글로벌 트렌드섹터 'K라이프스타일'

    #프랑스의 파리에 거주하는 텐진 라돈(27세·여)씨는 요즘 한국식 스킨케어에 푹 빠졌다. '스킨→세럼→아이케어→립케어→페이스 크림' 등의 순으로 기초화장품을 세분화해 사용하고, 매일 선크림으로 바른다. 지난해 11월 파리 지하철 최대 환승역이 있는 샤틀레 지역의 화장품 멀티브랜드숍(MBS) '모이다'에서 만난 그는 한국 뷰티기업 에이피알이 선보인 브래드 메디큐브의 '제로모공패드' 2통을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라돈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