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전인대]'국제질서 수호자' 자처한 中, 주변국엔 '경고 메시지'

[아시아경제 베이징=김혜원 특파원] 중국은 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평화와 안정을 지향하는 국제 질서 수호자를 자처하면서도 미국과 홍콩, 대만 등 일부 관계가 불편한 국가를 겨냥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는 이날 1시간 30여분에 걸친 정부 업무 보고 마무리 발언에서 "중국은 다자 간 체제의 권위성과 효과성을 수호하며 각종 형태의 보호주의를 반대한다"면서 "경제의 글로벌화가 보다 포용적이고 호혜적이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한 보호무역 성향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주창한 것과 상통한다.

리 총리는 "경제의 글로벌화는 세계 각국의 근본 이익이 부합한다"면서 "중국은 확고부동하게 세계 경제 협력을 추진하고 다자 간 무역 체제에서의 주요 채널 지위를 수호하며 다자 간 무역 협상에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은 우리나라와 미국은 물론 대만과 베트남 등 주변국과 사사건건 충돌하는 모습을 보였음에도 자국의 외교 활동에 후한 점수를 줬다. 리 총리는 "지난해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에서 탁월한 성과를 이룩했다"면서 "시 주석 등 국가 지도자들이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중대한 국제회의에 참석했으며 국가의 영토 주권과 해양 권익을 확고히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은 책임지는 대국으로서 국제 사회에서 건설적인 역할을 했으며 세계 평화와 발전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했다"면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이 정확하게 지도한 결과"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나 대국으로서 약속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한편 정당한 권익을 수호하겠다면서 홍콩과 대만의 독립 움직임에 명확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리 총리는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홍콩이나 마카오에서 왜곡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확고부동하게 실시되도록 할 것"이라며 "홍콩 독립은 출구가 없다"고 못박았다.

대만 정책에 대한 기본 방침도 거듭 확인했다. 리 총리는 "'하나의 중국'이라는 원칙을 견지하고 '92공식'이라는 공동의 정치적 기반을 통해 양안 관계의 평화적 발전과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 분열 활동을 단호히 반대하고 억제하며 그 누가 어떠한 방식이나 어떠한 명의로든 대만을 조국으로부터 분열시키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베이징 김혜원 특파원 kimhy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