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순항하던 '안희정호'가 '선한 의지' 발언으로 주춤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돌풍을 견제하는 세력들은 일거에 비판을 쏟아내는 모양새다. 안 지사 측에선 조기 수습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발단은 지난 19일 부산대학교에서 진행된 안 지사의 '즉문즉답'이었다. 해당 행사에서 안 지사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국민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려 그랬지만 뜻대로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칫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두둔하는 걸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야권 내에선 즉각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안 지사와 경쟁 구도에 놓인 대권주자를 중심으로 쓴소리가 잇따랐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불의에 대한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세울 수 있는데, 안 지사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은 "일정한 선은 지켜줬으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의 캠프에선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논란의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안 지사는 19일 해명에 이어, 20일에도 JTBC에 출연해 "저의 원칙적 태도를 말씀 올렸던 자리"라며 "지금 부당한 거래로 드러나고 있는 것을 모두 선한 의지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해당 사태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조짐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1일에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안 지사의 '선의 발언' 자꾸 변명하지 마세요. 안희정은 안희정다워야 재인산성을 넘는다"며 "솔직한 안희정이어야 안희정이다. 자꾸 변명하면 문재인"이라고 지적했다.
캠프 내부에선 안 지사가 야권 지지층을 자극하는 상황이 처음이 아니란 점에서 긴장하는 분위기다. 앞서 '대연정' 발언으로도 진보 진영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때문에 안 지사의 보수층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 시도가 도를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캠프 내에서 자성론도 일고 있다. 안 지사 캠프에서 활동 중인 이동학 전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은 SNS에 "유구무언. 뚜벅뚜벅. 유권자들의 이유있는 비판은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안 지사는 논란을 뒤로 하고 이날 경제계 인사와 문화예술인들을 만날 계획이다.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리는 '4차 혁명과 미래인재' 컨퍼런스에 참석하며, 오후 7시30분엔 서울 동숭동 수현재에서 문화예술인과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박근혜정부에서의 '블랙리스트' 사태 등을 언급하며 최근 논란에 대해 자연스럽게 언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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