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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①]촛불과 태극기 사이에 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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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①]촛불과 태극기 사이에 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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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국을 대표하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 vs 정경유착과 황제경영으로 성장한 재벌기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삼성'이 다시 화두가 됐다. 삼성은 해외에선 한국의 글로벌기업 또는 국적을 초월한 글로벌 기업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개별기업을 떠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아이콘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정파와 소속집단, 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삼성을 대하는 태도 역시 존경과 시기, 찬사와 경멸, 애정과 증오라는 복합적이고 다각적인 형태로 나타난다. 이 부회장의 구속은 삼성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총체적으로 보여준 현상으로 해석된다.
 

[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①]촛불과 태극기 사이에 낀 삼성


-이념싸움의 희생양 된 삼성

재계 일각에선 삼성을 이념싸움의 희생양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부회장과 주요 경영진들이 기소된 상태여서 법원에서 유무죄를 따지면 된다. 하지만 재계에선 "경제보다 정의가 우선이라는 특검의 논리가 왜 구속을 전제로 해야 했는가"라고 묻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과 포승줄에 묶여 소환된 장면은 이미 무죄추정의 원칙을 넘어 '구속은 곧 유죄'가 되면서 삼성과 한국경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직면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국회와 정부, 경제계에서는 성장중심과 친기업ㆍ시장경제라는 목소리가 자취를 감췄다. 삼성을 조금이라도 편든다거나 구속을 반대하는 것은 친재벌론자, 친삼성론자이며 탄핵반대 측에 선 쪽이 되고 말았다. 야당과 시민사회, 노동계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넘어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삼성 문제를 지렛대로 삼았다. 한국경제의 양극화와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집중 등 '이 모든 것이 삼성 때문'이라는 반(反)삼성 기조를 확산시켰다.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의 논쟁 구도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이 하는 짓이 잘못됐으니까 무조건 삼성 반대편을 손을 들어주는 게 맞는 것이라고들 생각한다"면서 "그럼 삼성 반대편이 누구인가, 국제금융자본이다. 만약 합병이 좌절돼서 삼성에 대한 외국 금융자본의 영향이 더 세졌다면 저는 우리 국민을 위해서 좋지 않았을 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①]촛불과 태극기 사이에 낀 삼성


-재벌개혁의 상징 된 삼성

재벌해체와 재벌개혁이 역대 대선 때마다 단골이슈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대선주자들은 재벌개혁을 주창하며 표심을 자극했고, 주권자들도 알게 모르게 여기에 반응해왔다.


이런 논쟁에 빠짐없이 등장했던 기업이 삼성이다. 하지만 집권 이후에는 태도가 달라지기 일쑤였다. 재계에서는 "집권 초반에는 총수를 불러 간담회를 열면서 정권과의 협력을 요구하고 경제살리기, 투자, 일자리를 주문한다"면서 "그러다 집권 후반이 되면 재벌개혁을 다시 화두로 꺼내며 경제실정을 재벌 탓으로 돌리는 행태가 반복된다"고 말한다.

[우리에게 삼성은 무엇인가①]촛불과 태극기 사이에 낀 삼성


-삼성,원죄론에 가두지 말고 장단점 살려야

삼성에 대한 이중적 시선은 삼성이 갖고 있는 태생적 한계, 원죄 때문이다. 삼성 역시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미래전략실 해체와 지배구조 개편, 조직문화 개선 등을 골자로 한 뉴 삼성을 추진하려 했다. 이 부회장의 의지 역시 어느 때보다 강했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구속으로 뉴 삼성의 모든 계획이 올스톱됐다.


전문가들은 삼성을 비롯한 재벌에 대한 장점은 살리고 단점, 잘못한 점은 바로잡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주문한다.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는 "최순실 게이트와 탄핵정국에서 드러난 포퓰리즘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괴담을 만들고 건설적 대안 논의를 회피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요새 재벌은 아무리 때려도 사는 줄 알고 여기저기서 때리는데, 세계시장에 나가면 재벌들이 강하지 않다"면서 "대기업에 대해 우리가 가진 인식, 부정적인 부분은 없애야 하지만 경쟁력을 유지하고 강화하도록 하는 것은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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