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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베르더의 알렉산더, 트럼프에 ‘레드 카드’를 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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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멘의 누리 감독,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 강력 비판

[강한길의 분데스리가 돋보기] 베르더의 알렉산더, 트럼프에 ‘레드 카드’를 던지다 베르더 브레멘의 알렉산더 누리 감독(왼쪽)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진=빌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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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스포츠 인들이 정치적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일종의 불문율이다. 스포츠가 가진 엄청난 영향력이 정치에 악용되는 사례를 피하기 위해 정치와 최대한 거리를 두려는 것이다. 실제로, 그 동안 정치적 성향이나 국가관을 인터뷰나 세리머니를 통해 드러낸 스포츠 인들은 득보다 실이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소신껏 말하는 스포츠 인들은 늘 있다.

최근 종합격투기(UFC) 선수 정찬성은 3년 6개월만의 복귀 경기에서 승리한 다음 “마음 따뜻하고 강력한 지도자 탄생하길 기도한다”고 말해 큰 관심을 끌었다. 정찬성의 발언이 논란을 낳자 그의 소속사는 “너무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해명하여 상황을 급하게 수습했다. 최근 분데스리가에서도 소신발언을 통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 있다. 베르더 브레멘의 알렉산더 누리(Alexander Nouri) 감독.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 및 베르더 브레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추진하고 있는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비판했다.


트럼프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은 테러 위험국 국민들을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보고 미국 입국과 비자 발급을 90일 동안 중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 기간 동안 비자 발급과 난민 인정 절차를 재검토하고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 사람만 입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이라크·이란·리비아·시리아·소말리아·수단·예멘 등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 및 비자 발급이 90일간 금지된다. 7개국 국민이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의 국적도 가진 이중 국적자들에게도 해당된다.

이 정책은 이슬람 테러리스트의 미국 잠입을 차단하겠다는 명분으로 추진되는 정책이지만 7개국 국민 모두를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달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해당 정책은 미 사법부의 반대에 부딪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르면 21일 개정된 행정명령을 다시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위에 열거한 7개국 국민이 90일간 미국에 입국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정책은 개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브레멘의 누리 감독은 독일과 이란 국적을 모두 갖고 있다. 독일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의 아버지가 이란인이기 때문에 이중 국적자가 되었다. 그러므로 누리 감독은 트럼프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대상자로서 미국에 한 동안 갈 수 없게 된다. 선수 시절, 미국프로축구 클럽인 시애틀 사운더스에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그에게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언론에 많이 밝히지 않는 감독이기에 이번 발언은 더욱 놀랍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나는 축구 감독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스포츠와 정치를 함께 거론하기란 쉬운 일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 또는 몇 주간 일어난 일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만약 스포츠 경기였다면 미국 대통령은 비신사적인 행위로 레드 카드를 받고도 남는다”며, “나는 정치에 대한 큰 믿음이 있으며 지난 수십 년간 인류가 노력해 이뤄낸 민주주의라는 큰 업적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데 대해 걱정이 된다. 민주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이번 정책을 받아들이면 안 된다. 왜냐하면 해당 정책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테러리스트로) 취급하며 처벌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베르더 브레멘이 향후 미국에서 일정이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내 생각을 밝히는 것이 옳다고 느꼈고 꼭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브레멘 구단도 누리 감독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구단 공식 홈페이지에 해당 발언을 게재했다. 브레멘 구단의 CEO 클라우스 필브리(Klaus Filbry)는 인터뷰를 통해 “우리 구단은 사람들을 일방적인 관점에서 속단하는 이런 결정(정책)을 거부한다. 우리는 다양성과 관용을 위해, 그리고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공동체를 위해 최선을 다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


독일에는 스포츠와 정치를 함께 언급하기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다. 독일의 과거사 때문인데, ‘나치올림픽’으로 악명 높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처럼 스포츠를 정치에 악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리 감독의 발언은 독일 여러 언론에 게재됐고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베르더 브레멘 또한 분데스리가의 오래된 명문 구단으로서 큰 마케팅 시장이 될 수 있는 미국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점이 눈길을 끈다. 소속 감독을 위해, 그리고 구단이 추구하는 사회적인 책임과 철학을 위해 소신을 지킨 브레멘 구단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강한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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