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되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이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뇌물수수 공범으로 지목된 박근혜(직무정지)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에 대한 수사 동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검은 오는 28일 1차 수사기간이 종료된다. 이에 따라 특검은 전날(16일) 황교안 국무총리(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규철 특검보(대변인)는 기간 연장 신청 사유에 대해 "이번 특검은 기존 여러 특검과 달리 수사대상이 상당히 많아 이에 대한 기소, 불기소 여부 등 수사결과를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고 승인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을 경우 수사기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수사기간 종료일인 2월 28일 기준으로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대한 수사를 모두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을 감안했다"며 "황 권한대행이 이런 사정을 검토함에 있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현행 특검법상 특검은 수사기간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종료 3일 전(오는 25일)에 대통령에게 승인 요청을 해야 한다. 현재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인 만큼 승인 여부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결정하게 된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황 총리가 정치적 계산을 바탕으로 사실상 승인을 거부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하지만 특검이 이 부회장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황 총리는 압박을 받게 됐다. 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가 일부 입증됐다고 판단한 상황에서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막은 장본인이 황 총리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부담도 커졌다.
특검의 연장 신청에 따라 국회에서는 발의돼 있는 특별검사법 개정안, 이른바 '수사기간 자동연장법'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법 개정안은 특검의 1차 수사기간을 70일에서 120일로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황 총리의 승인 절차 없이 4월 중순까지 추가로 수사를 할 수 있게 된다. 특검은 당초 이 같은 규정에 따라 25일에 맞춰 연장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정치권이 특검의 입장을 요구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특검의 연장 신청 시점을 앞당겼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을 제외한 야당들 중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에 공조한다는 입장이고 여당인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은 개정안에 반대한다.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정당은 황 총리가 승인을 하지 않으면 공조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검이 공식 연장 신청을 하면 황 총리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은 물론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에 일정부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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