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독살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온라인 매체 더스타(The Star)에 따르면 셀랑고르주 범죄 조사국의 파드질 아흐마트 부국장은 "김정남이 출국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체크인 기기를 사용하던 때 여성 2명이 뒤에서 접근해 얼굴에 액체를 뿌린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더스타는 액체 성분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독액 스프레이로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또다른 현지 뉴스통신 베르나마의 보도는 약간 다르다. 베르나마는 아흐마트 부국장이 "김정남이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 여성이 뒤에서 다가와 그의 얼굴을 액체가 묻은 옷으로 감쌌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나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김정남을 살해한 도구가 독약이 묻은 천 혹은 스프레이, 주사 바늘일 수 있다는 추측성 보도를 이어갔다.
외신들의 보도를 종합해보면 김정남은 13일 오전 9시께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2(KLIA2)에서 한 시간 뒤에 탑승할 마카오행(行) 항공편을 기다리던 상황에서 여성 2명에게 당한 것은 분명해보인다.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도움을 청해 공항 내 치료소로 옮겨졌다가, 들것에 실려 푸트라자야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에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현지 경찰은 이 두 여성들을 쫓고 있으나, 행방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남이 공격을 받은 장소가 입출국이 모두 가능한 곳으로, 범인들이 출국했다면 체포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정남 피습 배경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대사관 측이 시신 인도를 요청한 데 이목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뭔가 숨길 목적으로 서둘러 시신을 수습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범행 장장소가 쿠알라룸푸르 공항 구조를 잘 아는 사람들이 선택할 만한 곳이라는 점도 범인들이 적어도 김정남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김정남의 복잡한 여자관계로 인한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정남의 독살 사건의 전말은 향후 말레이시아 당국이 어떤 의지를 갖고 철저하게 파헤치느냐에 따라 밝혀지게 될 전망이다. 아흐마트 부국장은 "북한 대사관에 시신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부검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검은 15일 실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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