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鄭 의장 항의방문·원내수석 회동 후 결정"
상임위 여당 몫 소위원장·김진태·표창원 사임 문제도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바른정당 창당과 새누리당의 당명 교체로 새롭게 출발한 여야 4당 체제가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14일 자유한국당(옛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전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MBC와 이랜드, 삼성전자 청문회 개최를 결정한 데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어제 환노위에서 개탄스러운 일이 발생했다"며 "국회의장과 4당 원내대표가 모여 생산적 국회를 만들자고 합의했는데 환노위에서 청문회 안건에 대해 일방적인 날치기 통과가 자행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GM 노조의 불법행위 청문회 '물타기'를 위해 MBC 청문회를 도입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치밀히 준비된 대선 전략이라고 보고 '언론의 재갈물리기'라는 측면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의회독재가 이뤄지고 협치 정신이 짓밟히고 있다"며 야당이 원천무효를 선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원내대표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항의 방문하고,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 회동 결과를 지켜본 후 상임위 일정 전면 '보이콧' 방침에 대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환노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른 당과 협의 없이 국회법 89조에 따라 일방적으로 의사일정을 변경했다"며 "GM 대우차 노조 채용 비리까지 놓고 같이 논의하다가 자기들 주장하던 것만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GM 대우차 노조의 채용비리에 관해서도 청문회를 해서 노동현장 곳곳에 있는 귀족노조 비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 소속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날치기 처리된 법안이 상임위를 통과된다고 해도 해당 법안을 상정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전날 환노위 사태는 홍영표 환노위원장은 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국감에 불출석한 백종문(MBC 미래전략본부장) 증인을 고발하는 안건을 상정·의결하면서 촉발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은 의사 일정에도 없고 여야 간사 간 합의되지 않은 안건이라며 항의, 표결 직후 집단 퇴장했다.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야당은 오는 24일 MBC 노조탄압 관련 청문회를, 28일 삼성전자 산재 문제와 이랜드 임금체불 관련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의결했다.
이후 임이자·신보라 의원 등 환노위 소속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 정론관에서 향후 상임위 일정 전면 보이콧을 선언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간사인 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숫자에 의한 폭거다. 너무 참담하다. 다른 상임위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지 않을까 의문스럽다"며 "여야 2개 당에서 4개 당의 간사가 협의하려다 보니 힘이 두 배로 드는 건 사실이지만 협치 정신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 의원도 "이런 식으로 하면 간사 간 합의, 법안소위 논의가 필요 없게 된다"며 "전체회의에서 의사일정을 변경하겠다고 안건을 상정해 거수 투표하면 모든 것을 전체회의에서 할 수 있게 된다. 국회가 협의와 논의를 존중하자는 취지가 무색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4당 체제에서 빚어지는 혼선은 이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환노위 전체회의에서는 여당 몫인 고용노동소위원장직 문제를 놓고 한국당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였다. 조경규 환경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이 업무보고를 하기 위해 나온 자리에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인 것이다.
결국 이 문제는 양당 원내수석부대표 간 협상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정무위원회 소위원장직과 '나눠먹기' 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김진태·표창원 의원의 상임위 적절성 문제를 놓고도 여야가 각각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야당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진태 한국당 의원의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직 사임을 요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김 의원에게 선거법 기소됐으니 법사위 여당 간사직을 물러나 교체해달라고 요청한다"며 "본인의 무죄 입증을 위해서라도 간사는 물러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누드풍자 논란'으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된 표창원 의원이 윤리특위 소속 위원이라는 점에 문제를 제기했다.
정 원내대표는 전날 "표 의원 징계안에 대한 숙려기간이 끝나서 윤리위 소집요구가 가능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표 의원이 윤리위원으로 있다"며 "민주당이 이 문제에 대해서 얼마만큼 인식을 하고 있는 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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