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아트스튜디오 17회 기획 공모전
달콤·씁쓸 레시피…14일부터 4월 3일까지
2인 신진작가 조각+회화 18점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봄철을 앞두고 달콤 쌉싸름한 전시회가 문을 연다. 롯데아트스튜디오의 열일곱 번째 기획 공모전 ‘내우외감(內憂外甘)’이 14일부터 관람객과 만난다.
전시 제목인 내우외감은 사자성어 ‘내유외강(內柔外剛)’에서 차용한 표현으로, ‘속에 근심이 있으나 겉은 달다’라는 의미다. 달콤함에 대한 회의인 동시에 근심과 갈등의 모순적 상황을 말한다.
달콤함은 인류 역사에서 유혹과 금기, 욕망과 죄책감 등으로 비유된다. 그것은 적절한 대가가 뒤따르는 강렬하고 한시적인 황홀경이다. 달콤함의 변증은 우리를 좀처럼 해소하기 어려운 갈등의 늪으로 빠뜨린다.
신정은과 오미라 두 신진작가는 씁쓸한 사회적 문제를 달콤한 겉 표면으로 중화시켜 표현한다. 달콤함과 씁쓸함의 적절한 배합은 달콤함의 변증법에서처럼 단맛에 길들여지기 쉬운 현대인들의 감식설(鑑識舌)을 위한 작가의 레시피가 된다.
이들 작가는 현실을 맞닥뜨리는 우리의 태도와 삶의 균형에 관한 메시지를 전한다. 현실의 쓴맛을 외면한 채 단맛에 중독되면 충치가 생기기 쉽다. 반대로 현실의 쓴맛에 지나치게 도취되면 단맛의 즐거움을 잃어버리기 쉽다.
신정은 작가는 초현실주의적 조각 기법으로 구체관절 인형의 몸에 사탕 이미지를 결합한다. 인형은 대체된 자아(自我)이자 피동적 수동체의 상징이다. 사탕을 암시하는 화려한 스트라이프 문양과 함께 과장된 신체는 욕망에 대한 작가의 냉소적, 해학적 시선을 담는다. 인형의 다리는 빨대를 연상시키는 관 구조물로 변형된다.
오미라 작가는 극사실주의적 표현으로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반면, 작품 속 메시지는 엄숙하다. 달콤함을 생산하는 제 3세계 노동자들의 쓰디쓴 현실을 기억하고 연민한다. 노동자들의 도상인 화면 속 동물들은 소모성과 연약함을 은유한다. 우리의 안식을 위해 희생되는 노동자들의 고난과 이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녹아있다.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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