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EPGA투어 Q스쿨 통과해 기사회생 "마지막 목표는 PGA투어 복귀"
[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아시아 최초의 메이저 챔프."
'야생마' 양용은(45)이다. 한 때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주름잡았던 월드스타다. 지금은 그러나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 시드를 날린 지 오래됐고, 유러피언(EPGA)투어 역시 퀄리파잉(Q)스쿨을 통해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을 단단히 벼르고 있는 이유다. "EPGA투어를 토대로 반드시 PGA투어에 복귀하겠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양용은이 바로 대표적인 '늦깍이 골퍼'다. 제주 출신으로 1990년 고등학교 졸업 후 19세의 늦은 나이에 골프채를 잡았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고생 끝에 2002년 SBS골프최강전에서 우승한데 이어 2004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선클로렐라클래식을 제패했고, 2006년에는 EPGA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까지 격침시켜 파란을 일으켰다.
2008년 드디어 PGA투어에 입성했다. 2009년이 하이라이트다. 3월 혼다클래식 우승에 이어 8월 마지막 메이저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또 다시 제압해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당시 미국의 스포츠전문채널 폭스스포츠는 '세계 스포츠 역사상 3대 이변'이라고 평가했다. 이 우승으로 '우즈 킬러'라는 애칭을 얻으며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최경주(47)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골퍼로 자리매김했다.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곧바로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게 오히려 이채다. 2010년 EPGA투어 볼보차이나오픈이 마지막 우승이다. 메이저 챔프 자격으로 얻었던 5년짜리 투어카드는 2014년 만료됐고, 세계랭킹은 400위로 추락했다. 2015년부터 EPGA투어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독한 싸움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9개 대회에서 '톱 10'에 단 한 차례도 진입하지 못하는 부진에 시달려 시련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스페인 지로나 카탈루냐골프장 스타디움코스(파72)에서 끝난 EPGA투어 Q스쿨 최종 6라운드에서 1언더파를 작성하며 공동 11위(8언더파 420타)를 차지해 상위 30명에게 주는 시드를 확보해 기사회생했다. 장장 6라운드 108홀 플레이로 펼쳐지는 '지옥의 레이스'다. 일단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올 시즌은 출발이 좋다. 지난해 12월 EPGA투어 호주PGA챔피언십에서 공동 72위로 워밍업을 한 뒤 지난달 초청선수로 등판한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공동 27위에 올라 연착륙에 성공했다. 하와이의 해풍 속에서 첫날 3언더파, 둘째날 5언더파, 최종일 4언더파 등 사흘이나 60대 타수를 치는 일관성이 돋보였다. "드라이브 샷과 아이언 샷, 퍼팅 등 모처럼 모든 샷이 마음먹은대로 됐다"며 자신감을 곁들였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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