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완판한 롯데마트 "가격 안정 위한 마중물 역할 만족"
여전히 높은 물가…정부는 내심 '더 팔아 줬으면'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롯데마트의 미국산 계란 판매가 끝났다. 정부가 추가 입고를 독려하고 있지만 롯데마트는 '계란 대란' 해소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 앞으로 국내산 판매에만 주력할 계획이다.
7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이 회사가 '하얀 계란'이란 상품명으로 소비자들에게 내놨던 미국산 계란은 최근 모두 팔려나갔다. 롯데마트는 대한항공 화물기 편으로 수입된 미국산 계란 5만여판(약 100t)을 지난달 23일부터 한판(30개) 8490원에 판매했다. 국내 대형마트 중 유일한 판매처였다.
롯데마트의 미국산 계란은 지난달 25일까지만 3만4000판가량이 나갈 만큼 초반 인기몰이를 했다가 이후 급격히 판매 속도가 떨어졌다. 결국 지난달 말까지 영ㆍ호남 20개 점포에 쌓여 있던 재고 4000여판(약 8t)을 조금씩 소진해 겨우 완판을 달성했다.
예상만큼의 호실적은 아니라도 롯데마트는 미국산 판매를 통해 계란값 안정에 기여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계란 수요 전체를 커버했다기보다 여타 유통업자들이 비축 물량을 풀게끔 유도해 가격 안정에 일조했다고 자평한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롯데마트에 미국산 계란을 다 팔면 추가로 입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에서 주도한 미국산 계란 수입이 어느 정도 물가 안정 효과를 내는 가운데 추가 수입ㆍ판매로 좋은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러나 민간 기업 입장에서 잘 안 팔렸던 미국산 계란을 더 들여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롯데마트는 판단하고 있다. 다른 대형마트들도 미국산 등 수입 계란 판매 계획은 없다.
계란 가격이 설 연휴를 지나며 완연한 하락세를 보이는 점도 롯데마트의 이 같은 결정에 힘을 실었다. 전국 평균 계란(특란 중품) 한판 소매가는 전날까지 11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8400원까지 떨어졌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8898원)보다는 5.6% 내렸다.
아직 평년 가격(5616원)보다는 50%가량 높아 정부는 내심 '확실한 계란값 안정을 위해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이 수입산을 팔아줬으면' 하는 눈치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납득할 만하려면 계란값이 좀더 내려가야 한다"며 "가격 추이를 계속 지켜보다가 반등할 경우 추가 판매를 독려할 여지도 남겨두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원가 부담으로 애로를 겪는 업체들이 많아 수입산 계란 수요가 여전한 상황"이라며 "계란 가격이 점점 균형을 맞춰가는 중이나 수입산 공급이 갑자가 끊긴다면 다시 품귀현상이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롯데마트는 지난달 26일부로 기존 7580원이었던 국내산 계란 한판 가격을 7480원으로 100원 내렸다. 이마트도 이달 2일부터 계란 한판 값을 7580원에서 7490원으로 인하했다. 홈플러스는 종전가(7990원) 그대로 팔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산 등 계란 수입 이후 유통업자들의 사재기 물량이 풀려 가격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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