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6일 제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를 위해 현행 6-3-3 학제(초·중·고등학교)를 5-5-2 학제로 전면 개편, 청소년의 대입(大入) 및 사회진출 시기를 현재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앞당기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안을 제시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일제강점기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산업화 시대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다. 4차 산업시대 준비의 핵심은 교육"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다음은 안 전 대표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전문이다.
"미래를 향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합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국민의당 국회의원 안철수입니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위기 상황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이라는 소중한 기회를 주신
우리당 박지원 대표님, 주승용 원내대표님과 소속 의원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를 향해
두 청년의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서울시에 사는 23살 김채영씨는 대학교 3학년입니다.
아버지는 40대 후반에, 다니던 은행에서 명예 퇴직한 뒤에 통닭집을 차렸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하면 자식 대학 보내고 노후준비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은 곧 깨졌습니다.
은행이자와 비용을 제하고 나면 한 달에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200만원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 학비는 고사하고 생활을 유지하기도 빠듯한 수준입니다.
아버지를 돕던 어머니는 이제 식당 일을 나갑니다.
한 달에 80만원 정도 법니다.
은행 부지점장으로 중산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던 가족입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하루하루의 생계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습니다.
채영씨도 3학기째 휴학 중입니다.
낮에는 학비 마련하느라 알바하고 밤에는 새벽 1시까지 가게 일을 돕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AI 때문에 매출이 40% 이상 줄어들어 빚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온 가족이 일을 하는데도 채영씨 가족은 곧 집을 팔고 서울을 떠나야 합니다.
은행이자를 감당하며 생활을 계속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 다른 22살의 청년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부터 반칙과 특권을 누렸습니다.
이 아이에게 공정한 규칙을 적용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권력의 박해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가장 공정해야 할 교육계마저 부정입학과 성적조작이라는 불법을 저질렀습니다.
대학총장부터 학장, 교수까지 줄줄이 부정에 연루됐습니다.
대통령, 청와대, 고위관료뿐 아니라 재벌까지 사익을 위해 동원됐습니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씨 이야기입니다.
국민들은 짓밟힌 ‘공정’의 가치 앞에서 분노했습니다.
빽이 실력을 짓밟는 사회에 분노했습니다.
비폭력 시민혁명은 국민을 영원히 속이려 했던 부패집단의 사슬을 백일하에 드러냈습니다.
국민의 일부를 처음부터 끝까지 속일 수는 있습니다.
또한 국민의 전체를 일시적으로 속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전체를 끝까지 속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민들의 한결같은 요구는 공정한 나라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 부패기득권세력이 쌓아 올린 불공정의 거대한 탑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정한 나라로 바꾸라는 것입니다.
블랙리스트 사건은 민주주의를 뿌리째 뒤흔든 매우 중대한 사건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헌법 가치를 파괴했습니다.
‘자유’의 소중함을 새삼 일깨웠습니다.
민주주의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누구나 불이익에 대한 우려 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면 그 사회는 자유사회입니다.
그렇지만 두려움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회라면 그 사회는 공포사회입니다.
우리 모두는 자유를 위협하는 권력에 맞서 싸울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정과 자유의 가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책임’입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는 부패합니다.
책임지지 않는 정치는 만악의 근원입니다.
이 엄청난 국가범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반성하거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나라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대통령은 물론이며 단 한 명의 각료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익은 사유화하고 손실은 사회화하는 나라를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 없습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너진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를 다시 바로 세워야 합니다.
나라 곳곳에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가 뿌리 내리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체제를 청산할 수 있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5대 절벽과 4차 산업혁명
우리는 5대 절벽의 낭떠러지 앞에 서있습니다.
먼저 수출 절벽입니다.
58년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 보호무역 추세와 맞물리면서 올해도 낙관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내수 절벽입니다.
작년 말로 가계부채는 1,300조원을 돌파했습니다. GDP 대비 OECD 국가 최고 수준입니다.
빚이 많으니 소비 여력이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전세가 월세로 바뀌면서 특히 아파트 앞 상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일자리 절벽은 심각합니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작년 9.8%로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특히 여기에는 일자리를 찾다 지쳐서 포기한 청년이나 불과 몇 시간 정도의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은 실업자로 포함되지 않습니다.
체감 청년 실업률은 34%로, 3명중 1명이 사실상 실업상태라는 발표도 있습니다.
인구 절벽은 올해부터 시작입니다.
15세부터 64세의 인구, 즉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부터 감소하기 시작합니다.
생산가능인구는 가장 활동적이며,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경제활동의 주체입니다.
일본의 경우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더불어 주요 경제지표들이 감소로 돌아서며 20년 장기불황이 이어졌습니다.
우리도 올해부터 경제의 주축이 되는 사람 수가 줄어드는 것입니다.
외교 절벽도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함께, 우리나라는 미, 중, 일, 러의 4대 강국간 급변하는 역학관계의 한가운데 놓여있게 됩니다.
역사상 우리를 둘러싼 강대국들간의 역학관계가 바뀔 때 한반도에는 항상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안보 위협과 동시에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경제적인 위협에 대해 동시에 대비해야만 합니다.
이러한 5대 절벽이라는 낭떠러지에 서있는 가운데,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닥치고 있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물로 뒤덮힌 행성이 나옵니다.
무릎 정도의 얕은 물이 잔잔하고 평화롭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뒤를 돌아보니 에베레스트 산만큼 거대한 파도가 서서히 다가서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아닌가 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5대 절벽과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을 동시에 헤치고 나가야만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의 가장 큰 책임은 정치에 있습니다.
집중화되고 패권화된 권력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국가적인 위기상황 앞에서 지금부터라도 정치가 이 문제들을 풀어가야 합니다.
◆2월 국회는 개혁의 골든타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
2월 국회는 국민께서 만들어주신 개혁의 골든타임입니다.
원인도 알고 해결책도 있지만 기득권세력의 방해로 처리하지 못했던 개혁법안들이 있습니다.
지금이 그러한 법안들을 해결할 최적기입니다.
180명의 의원들만 뜻을 모은다면 통과시키지 못할 법은 없습니다.
지금 해야 합니다.
대선 후로 미루면 늦습니다.
그 때는 또 새로운 기득권이 개혁법안을 반대하고 나설 것입니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는 것입니다.
지금 국민께서 국회에 요구하십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개혁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말입니다.
국민들은 지금 당장 행동으로 개혁하자는 세력과 나중에 하자는 세력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누가 개혁세력인지 누구 수구세력인지 기억할 것입니다.
선배, 동료의원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2월 국회를 개혁 국회로 만듭시다.
검찰개혁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안, 경제개혁으로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안, 정치개혁으로18세 선거권 부여와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 도입 등 주요 개혁법안을 통과시킵시다.
강력한 개혁의 예고편으로 국민들께 희망을 선물합시다.
대선결선투표제는 다음의 세가지 점에서 필요합니다.
먼저 다음 대통령은 수많은 개혁과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결선투표를 거쳐 과반 이상의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안정적으로 개혁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다음 대선은 60일 이내에 치러야 하기 때문에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가 될 거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결선투표가 도입되면, 네거티브 선거로 2등 내에는 들 수 있어도 적을 많이 만들어서 1등은 하기 힘들게 됩니다.
따라서 네거티브 선거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연대 시나리오는 사라지고 정책 선거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정당이 완주하면서 자신의 정책으로 유권자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정치인에 의한 연대가 아니라 국민에 의한 연대, 결과를 위한 연대가 아닌 결과에 의한 연대가 만들어 집니다.
이러한 장점에 동의하면서도 위헌의 가능성이 있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국회에서 통과시킨 후 헌재에 해석을 의뢰할 것을 제안합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시간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다만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습니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우리에게 그것을 깨닫게 해준 사건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그 범위와 규모와 속도에서 예상치 못할 정도로 우리의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1,2,3차 산업혁명과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첫째, 1,2,3차는 한 분야의 기술로 인한 혁명이지만, 4차 산업혁명은 여러 첨단기술의 ‘융합혁명’입니다.
1차 증기기관, 2차 전기, 그리고 3차 IT기술처럼, 한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났습니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은 여러 분야의 첨단기술들이 한꺼번에 발전하고 융합하는 혁명입니다.
사물인터넷, 빅 데이터, 로봇, 인공지능 등이 대표적입니다.
둘째, 분야별 경계가 사라집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경계가 사라지고, IT기술과 생명공학기술 간의 경계도 사라지고, 기술과 디자인 간의 경계도 사라집니다.
회사들도 개방형 혁신을 통해 적극적으로 협업하면서 회사들간의 경계도 훨씬 자유롭게 됩니다.
농, 수, 축산업도 정보화와 생명공학기술을 접목하면 식품산업 및 미래생명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는 식품산업이 나라를 먹여 살리는 좋은 사례입니다.
셋째, 일자리가 급변합니다.
기존의 일자리들이 사라지는 동시에, 여러 가지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게 됩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전은 제조업 일자리뿐만 아니라 고급인력의 일자리도 줄일 것입니다.
동시에 지식정보산업과 관련된 일자리들은 더욱 다양하게 늘어날 것입니다.
커다란 위협인 동시에, 양질의 인력이 많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4차 산업혁명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부 주도로 이루어진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가 새로운 창조를 하지 못했던 이유는,
정부에서 지휘하다 보니 민간의 자율성을 빼앗고 새로운 시도들을 위축시켰기 때문입니다.
민간이 자율적으로 일을 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고 다른 나라를 앞설 수 있습니다.
정부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반을 구축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교육혁명을 통한 인재양성, 과학기술혁명을 통한 기반기술 확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산업구조개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식기반의 축적, 지식재산권 보호, 표준화 등을 지원하는 일이 정부에서 해야 하는 일들입니다.
이러한 일들이야 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일자리 문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입니다.
정부와 민간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협력체제를 구축한다면 우리는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이 중에서 교육혁명, 과학기술혁명, 산업구조개혁에 대해 먼저 말씀 드리겠습니다.
◆교육혁명
대한민국은 교육을 통해 기적을 만들어온 나라입니다.
다행히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합니다.
그러나 이제 낡은 교육 시스템은 한계에 부딪쳤습니다.
일제 강점기 때부터 큰 변화 없이 이어져 온, 산업화 시대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미래를 대비할 수 없습니다.
4차 산업시대 준비의 핵심은 교육입니다.
교육 분야의 혁명적 대변화로 새로운 기회의 땅을 개척해야, 세계의 어느 나라들보다 앞서서 미래 먹거리, 미래 일자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서 교육혁명의 3대 개혁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첫째, 교육부를 폐지하고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지원처로 재편하겠습니다.
지금의 교육부 체제는 장관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바뀌고,
학교의 자율성을 빼앗아서 창의교육을 막고 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는 교사, 학부모, 여야 정치권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서 매년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합니다.
이를 통해 정권이 바뀌더라도 교육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교육지원처는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결정한 정책을 충실하게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둘째, 초중고 및 대학교 교육을 창의교육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셋째, 평생교육을 대폭 강화해서 중장년층에 대한 교육도 국가에서 책임지겠습니다.
이와 함께 오늘은 더욱 근본적인 변화에 대해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현재의 만 6세부터 시작하는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의 학제를 전면 개편할 것을 제안합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창의교육이 가능하게 하고, 대학입시로 왜곡된 보통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을 혁명적으로 줄이기 위함입니다.
제가 제안하는 학제 개편안은 만 3세부터 시작하여 유치원 2년, 초등학교 5년, 중학교 5년, 진로탐색학교 또는 직업학교2년, 대학교 4년 또는 직장으로 이어지는 혁신적인 안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학제가 개편된 뒤의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만 3 살이 되면 유치원에 입학합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2년 동안 보육과 더불어 유아교육을 받습니다.
비용은 국가가 지불합니다.
만 5 살이 된 아이는 초등학교에 들어가 5년을 보냅니다.
과거의 유치원 1년과 초등학교 4년을 합친 기간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는 기초적 자질함양과 자아의 실현을 위한 기초 능력을 함양합니다.
즉, 인성, 창의력, 자기주도력, 주위 사람들과 협력하는 능력,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능력 등을 배웁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 아이는 만 10살에 중학교에 들어가 5년을 보냅니다.
과거의 초등 5, 6년과 중학교 3년을 합친 기간입니다.
아이는 5년간 시민으로서의 자질 함양과 자아의 성장을 위한 심화된 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됩니다.
자신의 삶에서 선택의 기회를 스스로 어떻게 넓혀갈지 고민하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재능을 발견해나갑니다.
이렇게 만 15세가 되면 아이는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을 키우는 보통교육을 전부 이수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과정은 의무교육이며 비용은 국가가 부담합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는 이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진로탐색학교에 진학해 2년간 학점을 쌓고 대학으로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직업학교로 진학하여 일찌감치 직업훈련을 받고 직장에 다닐 것인지를 선택하게 됩니다.
어느 길을 선택한다 하더라도 성적순이 아니라 학점이수제도이기 때문에 아이는 별도로 학원을 다니거나 과외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진로탐색학교를 졸업하면 자격고사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과하고 학교생활기록부를 제출하면 면접을 통해 대학에 입학하게 됩니다.
직업학교를 졸업한 아이도 산업체에서 일정기간 일하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대신하여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져서 본인이 원하면 쉽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습니다.
대학은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이 참여할 수 있는 평생학습 시스템으로 운영됩니다.
이것이 제가 제안하는 학제개편의 모습입니다.
보통교육과 대학교육을 분리함으로써 보통교육을 정상화하고 창의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교육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비한, 건국이래 가장 강력한 교육 혁신안입니다.
지금 당장 모든 초, 중, 고를 동시에 바꾸자는 것은 아닙니다.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고, 여기서 향후 10년 계획을 합의해서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또한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생부터 적용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혼란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과격한 변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의 교육으로는 미래가 없습니다.
정해진 답을 잘 외우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살아남기 힘듭니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며 인성을 배우고 타인과 협력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가르치는 것이 미래 교육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교육혁명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세계 최고의 교육국가가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혁명
과학기술 분야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지금 국가연구개발 예산은 19조 정도입니다.
연구개발비 수준은 GDP 대비 세계 1위, 절대 액수로도 세계 6위에 이를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럽습니다.
기초연구 성과는 물론이며 응용연구 성과도 매우 부족합니다.
기초연구의 결과로 SCI 논문편수는 12위 수준이지만 피인용지수는 31위로, 양적인 성장은 했지만 질적인 성과는 미흡합니다.
응용연구의 사업화성공률도 미국, 영국의 70%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20%에 불과합니다.
과학기술혁명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국가연구개발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5대 개혁방향 하에 혁신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첫째, 정부조직개편을 통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 사업을 모두 모아 한 부처에서 통합 관리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도로 진전됨에 따라 각 분야별 예산이 조정될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 이기주의로 예산을 내놓지 않고 비효율적으로 낭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결과에 대한 감사에서 과정에 대한 감사로의 전환하겠습니다.
감사에서 결과의 성공여부만 따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시도는 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패하더라도 과정에서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성실했다면 책임을 묻지 않도록 바뀌어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수 있습니다.
셋째,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중복과제를 허용하겠습니다.
특히 처음 시도하는 분야에서는 여러 가지 접근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처음부터 한가지만 선정하기보다는 중복되더라도 여러 방법을 지원하고, 몇 년 후 성과평가를 통해 가능성이 높은 쪽으로 모아주는 것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넷째, 기초연구 분야에서는 현장의 연구자가 주도하고 정부에서는 제대로 지원할 수 있도록 바꾸겠습니다.
다섯째, 응용연구 분야는 관주도가 아니라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 벤처기업의 제안을 지원하는 쪽으로 바꾸겠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세계적인 과학기술국가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산업구조개혁을 통한 창업혁명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는 금융정책을 통해 창업기업의 수를 늘리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정부는 창업기업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실패하더라도 성실실패에 대해서는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산업정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중소기업들의 성공확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불공정한 시장 때문입니다.
빽이 실력을 이기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으니 희망을 가지지 않고 도전하지 않게 됩니다.
경제는 활력을 잃고, 성장하지 않고, 일자리도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이런 불공정한 경쟁구조가 바뀌어야 합니다.
실력이 빽을 이기는 세상이 되어야, 실력만으로 성공할 수 있어야 희망을 가지고 도전하게 되고, 경제는 활력을 찾고, 성장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공정과 경제성장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야 경제도 제대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중소기업과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기보다는, 착취하는 ‘동물원’을 만들어 왔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과 독점계약을 맺고 부가가치를 인정하기는커녕 인건비 수준의 대금만 지급하면서 착취해 왔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 개혁을 통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겠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대신, 모든 결정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관예우는 현관배임으로 처벌해야 합니다.
그래서 경제검찰로 거듭나게 해야 합니다.
실패한 기업가들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는 성실 실패에 대해서는 재도전 기회를 주겠습니다.
실리콘 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 본질입니다.
실패해도 재도전 기회를 가진 기업가는 결국 성공함으로써, 처음에 한 실패보다 몇 배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개인의 실패경험을 사회적인 자산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엔젤 투자자 및 벤처캐피털 활성화, 대표이사 연대보증 폐지 등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 우리는 사회 곳곳에서 활력이 넘치는 창업국가로 다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자강안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4대 강국의 ‘자국 우선주의’가 격돌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를 고도화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내적으로 국정혼란까지 겪고 있어 안보가 엄중한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국가안보란 국가의 근본과 국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전쟁과 국지도발을 원천적으로 억제하며 상대방의 전쟁의지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국가안보여야 합니다.
최전선에서 국가안보를 지키는 우리 아들, 딸들의 생명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실현하는 국가안보여야 합니다.
대형 재해와 재난은 물론 해외에서의 사고와 테러 위험에 빠진 우리 국민 한 사람의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봉사하는 국가안보여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의 국력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성장했습니다.
비록 안보상황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하지만,
국력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자강의지(自强意志)를 가지고 실천한다면
어떠한 도전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는 굳건한 한미동맹의 공동이익과 가치를 공유하고 더욱 발전시킨 가운데,
우리 스스로 힘을 길러 안보를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개척해나가는
자강안보(自强安保)를 강력히 추진하겠습니다.
먼저 국가안보를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국방비리, 방산비리를 근절하겠습니다.
국민세금을 갈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국방비리 사범에 대해서는 그것이 완전히 근절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국방 청렴법’ 제정과 ‘무기체계 획득 시스템의 재설계’ 등을 통해 방산관련 부정부패를 근절하겠습니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스마트한 강군을 육성하여 확실한 대북우위 군사력을 유지하고, 동북아 안보환경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가겠습니다.
‘해·공군 전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군 구조를 개편하고,
특히 킬-체인과 KAMD 등을 조기전력화 하겠습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방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하고 산업화와도 연계하겠습니다.
국방 비리 근절과 국방 예산의 효율적인 집행의 전제하에, 위에 열거한 첨단 국방력 건설을 위해 필요한 국방비도 증액하겠습니다.
강력한 ‘자강안보’를 통해서 한반도에서 전쟁위험을 억제하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구축하여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과거청산과 미래대비를 위한 대장정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대한민국 국민은 변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박근혜 정부 퇴진, 정권교체, 부패 구체제 청산이라는 과제가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파도가 몰려오고 있습니다.
과거청산과 미래대비의 두 가지가 임무가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이제 변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것이 정치입니다.
국가적 위기를 앞에 두고 국가의 존재이유와 국가의 역할을 다시 질문하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국가의 역할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과 인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세월호, 메르스, 나아가 최근의 게이트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존재이유에 응당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부터 이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합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할 것임을 다짐합니다.
국가는 사회적 약자 편에 확고히 서야 합니다.
우리는 ‘부모의 돈도 실력’인 정유라의 나라가 아니라, 정직하고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 김채영들의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면서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시민의 자존심,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국가의 덕목이라는 사실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시민의 권리, 사람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국가, 그런 정치를 해야 합니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지만 저는 지금이야말로 담대한 도전을 시작할 때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공정, 자유, 책임의 가치를 바탕으로 미래의 길로 나아갑시다.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결을 넘어 국민을 위한 협치의 길에서 다시 만납시다.
우리 모두의 비전인 함께 잘사는 정의로운 대한민국, 그리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기필코 만들어 냅시다.
긴 시간 경청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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