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안철수·반기문 등 약한 지역기반·조직력이 약점
정치적인 '맷집'도 부족…작은 구설수에도 지지율 흔들
[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제3후보'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대선 징크스가 이번에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한국 대선은 1997년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항상 제3의 후보가 돌풍을 몰고 왔었다. 명망 있는 관료ㆍ기업인ㆍ학자 등이 기존 정치에 대한 거부감을 바탕으로 15~2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곤 했지만 번번이 완주하지 못하고 현실 정치의 벽에 무너졌다.
한때 '대세론'을 이루다 중도낙마한 대표적인 대선주자로는 16대 대선 정몽준 당시 무소속 의원과 17대 대선 고건 전 총리, 18대 대선 때 안철수 후보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서울대 출신 엘리트로 자기분야의 성공을 바탕으로 한 대중적 인기를 기반으로 정당 정치가 아닌 독자노선을 꽤했다는 특징이다.
정 전 의원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효과를 등에 업고 유력한 우보로 떠올랐다. 그는 대권을 꿈꾸며 '국민통합21'을 독자 창당해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화된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하며 중도낙마라는 쓴잔을 마셨다.
고 전 총리는 17대 대선을 앞두고 각광받는 제3후보였다. 고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당시 안정적인 국정운영능력을 보여주며 상당 기간 대선 지지율 1위를 달렸다. 하지만 본격적인 검증과 비방전이 시작되자 2007년 초 일찌감치 조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는 2012년 18대 대선 때 혜성같이 등장하며 '역대 최강의 제3후보'라는 수식어를 받았지만 기존정치세력과의 통합 과정에서 본선 근처에도 못 가보고 물러났다. 이후 안 전 대표는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민의당을 창당해 20대 대선 재수를 선언한 상황이다.
엘리트ㆍ비(非)정당인 출신 제3후보들의 대선 실패는 기존 정당이 강점을 보이는 확실한 지역적 지지층과 조직력이 없다는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기존 정치권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정당 인사들과 선을 그으면서, 인재난과 조직의 한계로 인한 전략부재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여기에 줄 곳 사회의 존경과 찬사를 받으며 '온실속 화초' 처럼 지내온 제3후보들이 정치권의 검증 공세를 버티는 '맷집'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반 전 총장의 경우 귀국 후 하루 한건씩 터져 나왔던 구설은 기존 정당의 힘이 있었다면 쉽게 넘길 수 있었던 문제였다.
기성 정치에 식상한 틈을 비집고 참신함을 앞세운 제3후보들의 경우 작은 구설수에도 지지율이 급락하는 점도 부담감이다. 또 이들의 주요 지지층이 주로 기존 정당에 실망한 무당파인데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보수ㆍ진보가 모두 중도층을 공략하면서 제3후보의 입지가 좁아진다는 한계점도 지적되고 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