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자본 확충 방안을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기업공개(IPO)를 선택하느냐, 아니면 배당금을 늘리느냐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말 회계법인과 외국계 증권사 등에 IPO,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 방안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아 신 회장의 최종 결정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의 지배구조가 약해 언제든지 적대적 자본에 경영권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점에 교보생명이 자본확충 방안에 대해 고민중이다.
실제 신 회장 일가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은 50%에 못 미친다. 신 회장이 33.78%, 사촌동생인 신인재 필링크 사장과 여동생인 신경애씨, 신영애씨 등이 보유한 지분이 5.65%다. 기타 특수관계인들의 지분까지 합쳐도 39.45%에 그친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수출입은행(5.85%)과 우리사주조합(1.02%)까지 합쳐도 신 회장 측 지분은 46.29%에 불과하다.
반면, 2대 주주인 OTPP 등 재무적투자자(FI)로 불리는 해외 펀드가 소유한 지분이 44.56%에 달한다. 우호지분을 포함한 신 회장 측 지분율과 큰 차이가 없다. 언제든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될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 회장이 IPO를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최근 국내 생명보험회사들의 주가가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하다. 최근 국내 공모주 시장이 얼어붙은 점도 부담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본을 늘리는 과정에서 신 회장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는 데다 보험업계가 앞으로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적절한 방안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제는 신뢰. 신 회장은 지난 2012년 교보생명 재무적 투자자인 어퍼니티컨소시엄으로부터 1조2054억원을 투자받으면서 2016년 말까지 IPO를 약속했다. 여기에 IPO가 실패할 경우 신 회장이 해당 지분을 되사는 풋옵션 계약도 맺었다. 유상증자가 이뤄지더라도 신 회장의 낮은 지분율로 인해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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