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재판에 넘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ㆍ사진)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문 전 장관 변호인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김도형 부장판사) 심리로 1일 열린 문 전 장관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어제 저녁에야 증거목록과 피고인 본인의 진술만을 받았다"면서 수사기록 검토 뒤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재식 특검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이 관련 수사를 받고 있음을 언급하고 "2주 정도 뒤에 기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니 (수사기록) 열람ㆍ등사는 이후에 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기록 검토를 한 뒤 오는 23일까지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의견서로 밝혀달라고 문 전 장관 측에 요구했고, 이를 토대로 오는 27일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향후 심리일정 등을 세우기로 했다.
특검에서는 이날 양 특검보와 조상원 검사가 공소유지를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문 전 장관은 수의 대신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법정에 나왔다. 그는 재판장이 직업을 묻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입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직접 할 말이 있느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다음에 서면으로 진술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장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키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국회에서 위증한 혐의도 받는다.
'삼성합병'은 이 부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데 중요한 과정이었다.
당시 다수의 주주들과 안팎의 전문가들은 수천억원의 손해가 예상되는 점 등을 이유로 합병 반대 의견을 냈으나 국민연금이 문 전 장관의 지시 등에 의해 찬성표를 던졌다고 특검은 파악했다.
특검은 또한 삼성이 '박근혜ㆍ최순실 재단'으로 불리는 미르ㆍ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하고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를 특혜지원한 것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이 부회장 사이의 뇌물수수라고 보고 수사 중이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합병'에 대한 국민연금의 찬성을 얻는 대가로 박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넸다는 것이다. 특검은 지난해 12월27일 문 전 장관을 불러 조사하다가 긴급체포했고 이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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