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그룹이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여러가지 시나리오 중 그룹 수뇌부 모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하긴 했지만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이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되면서 삼성그룹은 비상 태세에 돌입하게 됐다. 그러나 특검이 최지성 부회장, 장충기 사장에 대해서도 역시 불구속 수사를 하기로 한 만큼 컨트롤타워는 부재한 상황이 됐다.
실제로 삼성은 글로벌 기업 하만 인수합병 추진, 지주회사 전환 등 굵직한 현안에 대해 한 달째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삼성의 경영시계가 멈춘 것은 지난해 11월 8일이다. 이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삼성그룹 서초사옥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에 대한 사정기관의 수사는 두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 삼성으로서는 사실상 1분기를 공회전해야하는 셈이다.
특히 삼성이 올해부터 빠르게 진행하려 했던 주요 개편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은 물론이고 미래전략실 해체, 사장단 인사 등 주요 이슈가 모두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 등 오너(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해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하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29일 삼성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을 직접 언급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구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지만, 지주회사 체제를 포함해 가능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두루 검토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10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역시 주주 자격으로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것을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최종 결재권자인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지배구조 개편을 검토하는데 시간은 더 걸릴 수 있다. 외부 전문가들과의 검토 끝에 최적화된 지주회사 전환 방안을 마련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이를 승인하고 결정할 사령탑이 부재한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중단되면 이 부회장이 청문회에서 밝힌 '미래전략실 해체' 작업 역시 올스톱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그룹 총괄조직인 미래전략실이 지주회사, 계열사 등으로 자연스럽게 흩어져야 하는데 최종 결재권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미래전략실을 어떤 식으로 쪼갤지를 확정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로 예정됐던 사장단 인사도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 미래전략실 개편과 맞물려 사장단 인사가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방향을 잡기조차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중요한 결정들은 줄줄이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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