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ory 벤처, 운명의 그 순간] 93. 차양명 아이디어웨어 대표
아시아지역 스마트폰 앱 30만개 사용행태 분석… 한 눈에 알 수 있는 저오
대기업에만 문 열렸던 앱 시장 분석 데이터 누구나 손쉽게 확인 가능
일본·대만·태국 등 아시아 지역 본격 진출 예정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차양명 아이디어웨어 대표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치열한 경쟁을 뚫고 CBS에 시사교양 PD로 입사했다. 방송국의 젊은 피였던 그가 맡은 분야는 '미래'였다. 포털사이트와 협업하며 '남북인간띠잇기', '굿바이 구텐베르크' 등 미디어의 미래를 다루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차 대표는 "미디어가 전자책, 인터넷방송 등 정보기술(IT)과 만나 변하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며 "변화의 핵심인 IT에 직접 뛰어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PD를 포기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차 대표는 "대범한 성격은 아닌데 새로운 것이 눈에 들어오면 뒤도 안 돌아보고 결정한다"고 털어놨다. 결국 2000년 3월 지인들이 꾸린 SK텔레콤 연구소 사내 벤처 휴림인터랙티브에 합류했다.
시행착오도 있었다. 첫 제품은 지금의 스카이프와 같은 인터넷 무료전화였다. 2000년 당시 국내에도 초고속 인터넷망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한 참을 앞서 나간 셈이다. 상용화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휴대폰 통화연결음(컬러링)시스템, 위치 정보 기반 서비스 등을 개발하며 IT에 대한 체력을 키웠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차 대표는 데이터 분석 시장에 주목했다. 과거에는 통신사 등 일부만이 폰 사용 데이터를 확보했지만 이제는 와이파이, 애플리케이션(앱) 등 여러 방법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차 대표는 2012년 아이디어웨어를 세우고 앱 사용 행태 분석 시스템을 만들어 판매했다. 국내외 이동통신사들이 주 고객일 정도로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당시 SK텔레콤, KT 등 국내외 대기업들의 고객 5000만명 분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역량과 경험이 쌓이자 시야도 넓어졌다. 시장에선 글로벌 업체 '앱애니', '코리안클릭' 등이 비슷한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다만 이들의 고객은 대기업이었다. 가격도 가장 저렴한 패키지가 몇 천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쌌다.
차 대표는 여기에 집중했다. 그는 "구글 플레이에 등록된 앱 240만개 중 대부분이 개인이나 중소기업이 만들었지만 정작 앱 시장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100곳 남짓한 대형 업체 뿐"이라며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는 분석 서비스의 수요가 확실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올해 3월 와이즈앱을 선보였다. 와이즈앱은 국내 2만5000여명의 표본을 조사해 앱 30만개의 사용 실태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게임, 교육 등 앱 종류와 기간을 선택하면 해당 앱의 사용 실태가 나오는 식이다. 단순히 사용 시간, 다운로드 횟수뿐만 아니라 사용자수 성장비율, 설치한 사람 중 실제 사용비율, 평균 실행횟수 등 세부 내용까지 제공된다.
시장의 반응도 좋다. 현재 월 방문자 2만, 월 페이지뷰 10만 건에 달한다.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1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현재는 무료지만 내년 2월부터는 유료 고객용 기능을 추가하는 식으로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선다.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일본,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지역 9개국에서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다.
차 대표는 "10년 전 통화, 문자, 카메라, 주소록 4개에 불과하던 앱이 이젠 240만개가 넘고 시장 규모도 2020년엔 120조원 규모가 된다"며 "누구나 쉽게 앱 시장 분석 데이터를 활용하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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