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개의, 자유발언?
투표에 40분·개표에 15분 예상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9일 오후 3시, 정세균 국회의장은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려 개의를 선언한다. 의장석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더불어민주당(121명), 오른쪽에는 국민의당(38명)ㆍ정의당(6명)ㆍ무소속(7명ㆍ정 의장 포함) 의원들이 자리한다. 모두 합해 172명. 이날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압도적 찬성표를 행사할 의원들이다.
가운데 운집한 128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은 분위기가 심상찮다. 48명에 이르는 비박(비박근혜) 의원 중 33명 안팎이 탄핵안에 찬성할 것으로 점쳐진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이 탄핵 사유에 포함된 것과 관련, '33-α'의 이탈표도 예상된다. 반면 "지역구 민의에 따르겠다"던 친박(친박근혜) 중 일부 의원들이 반대에서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꾸면서 195∼210명의 의원들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결 정족수인 200명을 오르내리는 박빙의 승부인 셈이다.
전날 오후 2시45분에 보고된 탄핵안은 이날 제안설명 직후 5분 자유발언과 의사발언을 거쳐 곧바로 표결에 들어간다. 자유발언은 본회의 4시간 전, 의사진행 발언은 본회의 중에도 신청이 가능하다. 다만 인사에 관한 의안은 관례상 찬반 토론 없이 표결된다. 2004년 3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표결 때와 마찬가지다.
국회 의사국은 여당 친박(친박근혜)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허용치 않을 방침이다. 또 100명 이상 신청해야 무제한 토론이 가능한데 60여명의 친박 의원만으로는 신청 자체가 어렵다.
만약 의사진행 발언 등을 통한 친박 진영의 의도적 본회의 지연이 없다면 탄핵안 표결에서 개표까지는 55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300명 의원이 투표하는데 40분, 개표에 15분 안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의원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인증샷을 찍느라 시간이 더 지체될 수도 있다.
의원들은 8개 기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에 한글이나 한자로 가(可)ㆍ부(否)를 표기할 수 있다. 5명 안팎의 감표위원들이 개표해 정족수를 넘기면 곧바로 가결이 선포된다. 이때부터 의사국은 분주해진다. 미리 준비해 놓은 탄핵소추 의결서를 의사국 과장ㆍ계장급 직원들이 헌법재판소와 청와대에 각각 전달한다. 이 순간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의사국 관계자는 "의결 이후 1~2시간 가량이 걸려 이르면 오후 5시께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부결되면 국회는 끝없는 정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야당 의원들은 더 강도 높은 박 대통령 하야 운동과 새로운 탄핵안 발의를 병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탄핵안 표결에 앞서 여야는 치열한 수싸움을 벌였다. 가장 먼저 새누리당 비박 의원들은 오전 8시 비상시국위원회를 열어 표 단속에 돌입했다. 이어 국민의당, 새누리당이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민주당은 표결 1시간 전인 오후 2시 막바지 점검에 들어간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