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JTBC가 8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의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를 공개해 이를 둘러싼 진위 논란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JTBC는 이날 오후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와 서복현 기자가 출연, '팩트 체크' 형식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도화선이 된 태블릿PC의 입수 경위를 밝혔다.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표결을 불과 18시간 남긴 상황이었다.
JTBC 측은 이 태블릿PC를 최씨의 최측근인 고영태씨가 이사로 재직하던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더블루케이' 사무실에서 찾았다고 재차 언급했다. "공식적으로 취재팀을 꾸린 것이 지난 10월3일이며, 고 전 이사를 접촉한 게 5일이었다"면서 "최순실씨의 차명회사 의혹을 보도하고 비덱과 더블루케이 주주가 최순실과 정유라인 것을 확인한 뒤 강남 사무실로 달려갔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사무실은 두 달간 텅 비어 있었고 부동산 중개인이 드나들 수 있을 만큼 출입이 자유로웠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들이 더블루케이에 관심이 없던 시절 책상에서 최순실의 태블릿PC와 각종 서류 등을 찾아냈다는 설명이다. '뉴스룸’은 최순실의 태블릿PC를 찾아낸 책상 사진도 공개했다.
앞서 고씨는 전날 청문회에서 '독일 (최씨의) 자택에서 주웠다' '고영태가 줬다' '고영태의 사무실 책상 위에서 얻었다'며 JTBC 측이 계속 말을 바꿨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JTBC는 지난 10월 이 태블릿PC에 대한 최초 보도 이후 주변에서 출처에 대해 추측만 무성했을 뿐 자신들이 출처에 관한 발언을 바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누군가의 적극적 협조와 지원을 받은 것'이란 한겨레신문 기자의 발언은 시중 정보지에 의해 왜곡됐고, 최씨의 독일 집에서 주웠다는 추측은 검찰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서복현 기자는 "전날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 당시 고 전 이사가 태블릿PC 관련 언급을 하며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씨의 태블릿PC 사용 가능성에 대해 구속된 정호성 청와대 전 부속비서관에게 최씨가 수시로 전화해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의혹이 있다면서 전날 청문회에선 컴퓨터로 연설문을 수정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했다.
검찰이 이미 최씨의 것이라 결론을 낸 상황에서 핵심 증거물이 흔들린다면 내일 탄핵안 표결도 흔들릴 것이라 발언도 덧붙였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에도 문건 내용보다 어떻게 세계일보로 문건이 넘어갔느냐에 초점을 맞춰 수사가 이뤄졌다"면서 "이는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논란에 손석희 앵커를 증인으로 요청한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방송에 앞서 페이스북에 "JTBC가 최순실 태블릿PC 입수경위 의혹에 대해 해명하기로 한 결정은 잘한 것"이라며 "깨끗이 해명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최순실과 가장 가까운 고영태, 차은택, 장시호 세 사람 모두 최씨가 태블릿PC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 국민들의 의혹은 더 증폭됐다"며 "오늘 모든 의혹이 불식된다면 손사장을 증인으로 부를 실익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검찰은 JTBC가 제공한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인지를 놓고 포렌식(디지털 증거 분석) 작업을 벌인 결과, 기기 속에 저장된 위치 정보가 최씨의 지난 행적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JTBC의 보도가 신뢰할 만한 것이란 뜻이다.
실제로 해당 태블릿PC는 와이파이 전용 모델이 아닌 이동전화망을 이용한 모델로 전해졌다. 위치 정보가 위도와 경도로 표시되는데 오차 범위는 가로·세로 10m 이내로 정교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기기에 사용자의 위치 정보가 담겼는데, 최씨가 독일과 제주 등지를 오간 2012년 이후 행적이 태블릿PC가 놓였던 장소와 거의 일치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이 무렵부터 승마 선수인 딸 정유라씨의 훈련 준비와 사업 등의 목적으로 독일을 여러 차례 드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카인 장시호씨가 살던 제주에도 여러 차례 오갔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