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카페에서 이어폰 꽂고 스마트폰으로 생중계 지켜 보기도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 기자] '고구마 1000개 먹은 청문회'.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를 관전한 시민들의 반응이다. 고구마를 먹으면 목이 메듯 답답하고 불편했다는 의미다.
청문회에는 재벌 총수 9명이 직접 증인으로 나온 진풍경이 연출되면서 시민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점심시간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 카페에서는 직장인들이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으로 생중계를 지켜보기도 했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재벌들의 태도에 대한 비난이 거셌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재벌 총수들이 전원 출석했다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대가성이 없다 말하고 끝까지 모른다, 기억이 안 난다라고 한 것은 뇌물죄가 핵심인 것을 알고 이를 피하려는 의도"라면서 "피해자인 척 연기한 것인데 국민을 기만하고 거짓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안 사무처장은 "다만 조원동 인사청탁 등 일부 비리 정황이 드러났고 대통령과 재벌 총수가 독대를 하고 돈을 줬다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에 포괄적인 뇌물죄는 성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대변인은 "재벌들이 자신의 범죄를 가리기 위해 일관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른다며 부인하고 예상된 답변만 하는데 분노했다"며 "청문회를 통해 뇌물 문제 등은 짧게나마 오갔지만, 정부가 추진했던 성과연봉제 등 노동개악정책들이 재벌들의 청탁의 대가였다는 것이 거론조차 되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이 같은 반응은 이어졌다. 아이디 'gyu******'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말하는 거 보고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났다"며 "거짓말 하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고 진짜 답이 없다"고 말했다. 아이디 'nam3****'은 "고구마 청문회 너무 답답하다"며 "정의당 의원까지 감정에 호소하는데 (국회의원들도) 제대로 된 질문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국회의원의 낮은 질의 수준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었다. 직장인 원모(여·31)씨는 "국회의원들 수준이 너무 낮아 어이가 없었다"며 "청문회에서 박근혜 정부와 재벌 간 정경유착 관례를 밝혀내야 하는데 본질을 캐는 느낌이 아니어서 저 사람들이 과연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김희선(여·32)씨는 "동문서답하는 재벌 총수들을 보고 있자니 답답했다"며 "국회의원들도 공부를 하고 와야 되는데 그러지 못해 질문 수준도 떨어졌고 보여주기 식 질문만 오간 것 같아 허탈했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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