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한류 반세기, 오늘과 내일 <3>GS건설
신뢰·안전 바탕으로 싱가포르 시장 파고들어
현지에 안전혁신학교 운영…추가수주 기대↑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싱가포르해협에 둥둥 떠 있는 선박들을 뒤로하고 길게 뻗은 창이국제공항 활주로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내려다 보면, 하늘을 향해 삐죽삐죽 올라온 중장비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공사 현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GS건설의 T301 프로젝트 현장이다. 이곳 34만㎡의 땅에는 조금 지나면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기지가 들어선다. 14억6000만달러(1조7000억여원)에 달하는 사업비가 투입되고 있는 현장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차량기지를 짓는데 지반 개량공사까지 2조원이라는 큰돈을 쓰는 건 전 국토의 면적이 서울 정도에 불과해 토지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정재학 T301 현장소장은 "이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차량기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면서 "연약지반을 파내 지하공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사기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비용도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찾은 이 현장에는 지하공간을 만들기 위해 철근을 박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바다를 매립한 연약지반에 지하 1층~지상 4층 세계 최대 규모의 차량기지를 짓는 것이어서 기초 공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규모가 큰 만큼 공사에 소요되는 철근이 30만t에 달한다. 에펠탑 42개를 지을 수 있는 분량이다. 2024년 공사가 끝나면 이곳엔 지하철 985량과 버스 812대가 머물 수 있게 된다.
GS건설이 지난 3월 이 같은 대규모 공사를 싱가포르에서 수주할 수 있었던 건 까다롭기로 유명한 발주처 육상교통청(LTA)으로부터 얻은 신뢰가 밑바탕이 됐다. GS건설은 2009년 지하철 다운타운라인 차량기지 C911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싱가포르에 진출했다. 이후 연거푸 관련 공사를 수주, 현재까지 총 10개 공사를 따냈다. 총 공사금액이 42억달러(4조7000억여원)에 달한다.
GS건설은 T301 프로젝트 수주에 앞서 T3008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우리 돈으로 3562억원 규모인 T3008 프로젝트는 차량기지 지반개량 공사다. T301 프로젝트를 위한 기초공사인 셈이다. GS건설은 전략적으로 T3008 프로젝트에 도전했다. T301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한 사전 포석이었던 것이다. 이 전략은 맞아 떨어졌고, 연계된 두 공사를 동시에 수행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GS건설은 T301 프로젝트의 책임 준공으로 LTA와 신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정 소장은 "지하철 전체 노선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차량기지가 완성되지 않으면 제 때 개통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시운전과 차량 정비 등을 할 수 없다"면서 "환경ㆍ안전 관리를 완벽하게 하면서도 공기를 최대한 앞당겨 신뢰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T301 프로젝트 현장사무소에는 안전혁신학교가 지난달 15일 문을 열었다. 공사 현장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GS건설의 정책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도 용인에서 2006년 문을 연 혁신학교를 규모만 줄여 싱가포르로 옮긴 것이다. 여기엔 낙하, 산소부족 등 공사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16가지 사고 유형을 체험 교육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다.
이번에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 GS건설 혁신학교는 현지에서 보기 드문 사례다. 한국을 찾았던 LTA 관계자들이 인상 깊게 보고 싱가포르에도 건립할 것을 요청했을 정도다. GS건설은 혁신학교를 통해 방글라데시, 인도 등 출신 현장 근로자들의 안전교육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공사 현장 운용을 효율적으로 해 모든 근로자들이 안전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안전혁신학교 교육을 T301 프로젝트 현장 근로자 뿐 아니라 다운타운라인 C937, C925 등 다른 프로젝트 현장 근무자들로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년 동안 지속되는 공사에서 자칫 무감각해지기 쉬운 안전 의식을 일깨워 안전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활동은 싱가포르 현지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지난 15일 개원식에 LTA 고위 관계자가 참석해 직접 체험을 했을 정도다.
GS건설은 까다롭고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하는 싱가포르 정부의 정책을 충실히 이행한 점을 인정받고 있다. 지난해에는 LTA가 주관하는 안전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친환경 공법 적용 여부와 환경 관리 성과 등을 인정받아 두 개의 프로젝트가 최고 등급을 받기도 했다. 싱가포르 최대 병원인 응텡퐁 병원 공사도 친환경 인증을 획득했다.
GS건설은 이 같은 노력으로 현재 싱가포르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향후 싱가포르 정부가 계획 중인 고속도로, 지하철, 항만 등 공사의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GS건설은 싱가포르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사회간접자본(SOC)이 부족한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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