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대형경비함 신규 건조 입찰 무산...가격 인상·일감 나누기 위한 '담합' 의혹 등 뒷말 무성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해경 대형경비함 건조 사업 입찰이 무산됐다. '한 척이 아쉽다'는 조선업체들의 사정을 감안해 추경 예산으로 추진됐지만, 1ㆍ2차 입찰이 모두 무산돼 뒷말이 무성하다. 일각에선 조선업체들의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30일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최근 해경이 조달청에 의뢰해 실시한 800억원 규모의 3000t급 경비함 1척 건조를 위한 '조달물자'(물품) 구매 입찰이 무산됐다. 지난 10월17~19일 실시된 1차 입찰에는 아무도 응찰하지 않았다. 대형조선사 중 방산면허(해경 경비함 입찰 참여 자격)를 가진 현대중공업, STX조선, 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강남조선 등 5개사가 모두 입찰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 재공고 후 이달 27~29일 실시된 2차 입찰에는 현대중공업 1개사만 응찰해 역시 무산됐다.
이 같은 입찰 무산 사태는 이례적인 일이다. 정부는 수주 불황을 겪는 조선업 활성화ㆍ중국 어선 단속 세력 확충 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을 세워 3000t급 대형 경비정 1척 등 총 30척의 함정 건조 사업 예산을 배정했다.
조선업체들도 환영했다. 수주 잔량 1년치 안팎의 최악의 상황에서 약 4000억원대의 정부 발주 물량이라도 확보됐으니 최소 2~3년간 그만큼의 도크와 인력ㆍ장비를 놀리지 않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 해경이 지난 10월 발주한 500t급 경비함 입찰은 치열한 경쟁 끝에 한진중공업, 강남조선이 각각 5척ㆍ3척씩 총 2600억원 어치의 물량을 따냈다.
그런데 정작 단일 선박 단위로는 가장 규모가 큰 800억원짜리 3000t급 경비함 입찰에는 업체들이 참여하지 않았다. 정부는 29일 개찰 결과 2차 공개 경쟁 입찰이 최종 무산됨에 따라 앞으로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신규 건조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문제는 선박 가격 인상 등 입찰 조건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경쟁 입찰에선 보통 예정가의 80% 후반~90% 초반 대에 낙찰가가 결정되지만, 수의 계약의 경우 90%대 후반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엔 수의계약으로 전환됨에 따라 약 70억원 안팎의 선박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 납기 등 입찰 조건도 수의 계약의 특성상 경쟁 입찰보다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조선업체들은 입찰 조건이 나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해당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우리의 경우 해당 급 경비선박의 설계도면이 없어 새로 해야 하는 데다 예산이 너무 적고 납기도 6개월 정도 짧게 잡히는 등 조건이 불리했기 때문에 아예 입찰 참여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선업체간 담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 놓았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꼴이 된 셈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참여 자격이 있는 업체 중 법정관리 중인 조선사들은 일감이 더 급할 텐데도 채권단 승인(보증금 납입)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며 "입찰이 무산돼 수의 계약으로 가는 게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쟁 입찰 때보다 가격을 더 받기 위해 조선업체들이 얌체 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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