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5% 대통령의 공식일정 어불성설…촛불집회, 지금처럼 평화롭게 이어져야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유혈사태 없이 평화적으로 촛불 시위가 계속 이어지면 대통령도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좀비'가 된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가 봐도 우리에게 손해 날 것밖에 없어요. 박 대통령의 가장 현명한 선택은 하야 후 망명입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지난 1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마피아와 같은 수법이라며 혀를 찼다. 남 전 장관은 "최씨가 달라고 한다고 재벌들이 돈을 줬겠냐"며 "박 대통령이 재벌한테 눈치 주고 독대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최순실 게이트의 주인공은 박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하야 후 망명, 가장 현명해=박 대통령 입장에서 가장 현명하게 물러나는 것은 "하야 후 망명을 택하는 것"이라고 남 전 장관은 말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을 살펴볼 때 고(故) 이승만 전 대통령은 망명,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암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교도소 행,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살 등 비극적 역사가 반복됐다"며 "역사적 전례에 비춰볼 때 하야 후 망명을 하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외 도피 재산도 있을 테니 망명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촛불 집회는 지금처럼 유혈사태 없이 평화롭게 이어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남 전 장관은 "폭력 사태가 발생하면 자칫 계엄령이 내려질 수 있고 악순환에 빠진다"며 "절대적으로 평화적인 방식으로 간디처럼 무저항 항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종필씨가 박 대통령이 5000만명이 물러나라고 해도 고집불통이라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여러 번 찍으면 결국 물러난다"며 "압도적인 숫자로 9할 이상의 국민이 불신하고 있는데 이번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이제 그만 물러나고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지율 5% '좀비 대통령'=지지율이 5%에 불과한 박 대통령이 공식적인 일정을 소화하는 상황도 우려를 표했다. 박 대통령은 22일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다음 달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도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 상황이다. 남 전 장관은 "외국의 언론에서도 박 대통령 부정(不正)에 대해서만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 외국에 나가서 외교를 한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 있냐"면서 "좀비하고 앉아 있다고 생각할 텐데 우리가 손해 볼 것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국민의 뒷받침이 있어야 외교를 할 수가 있다"며 "오히려 총리를 대신 보내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하야 후 황교안 국무총리나 여야 합의에 의한 신임 총리가 대통령 대행을 하게 돼도 어느 쪽이든 관계없다고도 했다. 남 전 노동부 장관은 "최악의 경우 황 총리가 그대로 한다고 해도 헌법 절차에 정해진 과도 총리로서 2개월 내 그 이상 할 수가 없고 새로운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업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 전 장관은 개헌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하야 후 대통령 선거로 간단하게 끝내야지 개헌이라는 복잡한 요소를 집어넣는 것은 순조로운 정치 과정을 방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남 전 장관은 이번 정부의 노동법 개혁은 노동자를 탄압하고 재계의 뜻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기업이 미르재단에 출연을 약속한 다음 날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 5법을 조속히 처리해 달라"고 호소해 대가성 여부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최순실 게이트' 조폭적 수법=그는 "노동자들은 철저히 탄압하고 재벌들은 그로 인해 수익이 생기면서 그 사이에서 박근혜가 삥땅을 친 완전히 조폭적 수법"이라며 "박근혜가 요청하면 최순실이 가서 수금을 한 꼴인데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개혁은 기간제 근로자 사용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는 기간제법, 휴일근로 8시간까지 가산수당 중복할인을 없애 기존 100%에서 50%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과 구직급여 수급을 위한 고용보험 가입 기간을 확대하는 고용보험법, 출퇴근재해를 보상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다.
아울러 한상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박 대통령 집권 초기 감옥에 간 사건을 지적하며 최저임금을 올리고 노동조합의 활동을 장려해 부의 균형 분배를 위해 힘써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남 전 장관은 "이러한 정책들이 시행되면 얼마간은 균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뉴딜 정책의 경우에도 일자리 창출은 물론 진정한 노동개혁, 노동자들의 권익과 의식 향상에도 주요한 역할을 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빨대 빨아 먹는 경제 구조 또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남 전 장관은 그러나 정경유착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진 오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재벌개혁을 통해 원리 원칙대로 사업을 시행해야 하지만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은 혁명적인 법이 나와 부정부패가 점점 없어질 것"으로 낙관했다.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의 대학 입시 등 각종 특혜 의혹에 대해서 타락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남 전 장관은 "정유라가 뭔데 독일에서 호화스럽게 집도 사고 호텔도 사느냐"며 "박 대통령이 사이비 종교에 홀렸다고 하지만 자기 야욕도 보태져서 즐기려고 했던 것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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