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국서 패배 … 23일, 승부 가를 세 번째 대국 벌여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프로기사 조치훈 9단(60ㆍ사진)이 일본판 '알파고'와 벌인 대국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승부를 결정지을 세 번째 대국은 23일 열린다.
조 9단은 19일과 20일 일본 도쿄의 한 호텔에서 바둑 인공지능(AI) '딥젠고(Deep Zen Go)'와 대국을 벌였다. 일본에서 만든 AI가 핸디캡 없이 프로 바둑기사와 공개적으로 대국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딥젠고는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에 맞서고자 일본 바둑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도쿄대 연구진 등이 지난 3월부터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다. 알파고처럼 인간의 두뇌를 모방한 딥러닝(Deep Learning)기술이 적용됐다.
19일 첫 대국에선 조 9단이 초반에 밀렸으나 막판 역전에 성공해 223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하지만 20일 대국에선 AI가 초반부터 조 9단을 밀어붙인 끝에 179수 만에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전날 첫 승을 거둔 뒤 "엄청나게 재미있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던 조 9단은 두 번째 대국 후엔 "내 바둑이 형편없었다. 좀 더 가볍게 바둑을 뒀어야 했다"고 자평했다.
AI 개발팀은 첫날 패한 뒤 검토 시간을 1.6배로 늘린 것을 승리 요인으로 분석했다. 딥젠고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가토 히데키는 "감개무량하다. 최종국까지 소프트웨어의 개량을 거듭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ㆍ일 양국 바둑계의 전설인 조 9단은 1968년 일본기원 사상 최연소인 11세9개월에 입단한 뒤 일본에서 주로 활동해 왔다. 조 9단은 일본 역대 최다 타이틀(74개) 보유자로 기성ㆍ명인ㆍ본인방의 3대 기전을 동시에 보유하는 '대(大)3관'을 3년 연속 달성한 바 있다.
한편 지난 3월 인간과 AI의 세기 대국으로 주목을 받으며 열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는 이 9단이 1승4패로 알파고에 패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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