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진과 수시접촉…靑 "상황 엄중함 인식한 것"
'세월호 7시간 해명에도 의혹 해소 안되자 소통 바꿨다는 지적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지난 4일 2차 대국민사과 이후 한동안 조용하던 박 대통령의 행보가 달라졌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도 아랑곳않고 거침 없이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오는 22일에는 42일만에 국무회의도 주재한다. 19일 광화문광장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이웨이'를 갈 가능성이 크다.
박 대통령의 마이웨이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소통 방식의 변화다. 이달 들어 소통 행보는 그 이전과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전화와 서면 보고 대신 그동안 지적돼온 대면보고 비중이 높아졌다.
이는 지난달 말 문고리3인방을 비롯한 참모진이 대거 교체되고 한광옥 비서실장 등 새 참모진이 들어선 이후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본관이나 관저 집무실보다 비서진들이 근무하는 위민관에서 보고를 받는 일이 부쩍 늘었다. 최씨 파문 관련 사안이 워낙 중대해 참모진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고 이들과 호흡을 맞춘다는 차원에서 대면보고를 늘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9일 "박 대통령께서 이번 사건 이전에도 위민관을 방문한 적이 있었지만 요즘 들어 방문횟수가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정책관련 참모들도 덩달아 박 대통령과 대면할 기회가 많아졌다. 한 참모는 "최근 어려운 상황으로 정책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오히려 그 반대"라면서 "전화 뿐 아니라 직접 보고하는 경우도 늘었다"고 말했다.
경제부처 장관은 지난 9일(한국시간)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온 후 청와대에서 관계 수석비서관과 함께 박 대통령을 찾아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변화가 관심을 모은 것은 그동안 '소통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도 크게 개의치 않은 인식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대면보고를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있자 "앞으로 그런 부분도 더 늘려가도록 하겠지만…"이라면서도 "대면보고보다 전화 한 통 할 때가 더 편할 때가 있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나 타냈다. 특히 답변을 하면서 배석한 장관들을 향해 "그게 필요하다고 생 각하냐"고 묻기도 해 소통방식을 바꿀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의 소통방식 변화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지만 이른바 '세월호 7시간' 의혹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세월호 7시간'은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2014년 4월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10분 사이에 박 대통령의 행적이 묘연하다는데서 붙여졌다.
청와대는 이 시간동안 15차례의 보고를 받았고 이 가운데 전화보고 6차례, 나머지는 서면보고로 이뤄졌다며 박 대통령이 정상집무중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시간 동안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을 반박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면담이나 대면 보고는 없었다.
청와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여전히 남았다. 보고는 들어갔지만 박 대통령이 무엇을 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 시간 동안 박 대통령이 대면보고를 받았다면 보고자를 통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자 소통방식을 바꿨다는 것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