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에도 국정 강행…靑 참모 "회의 주재 필요성 건의…주재하실 것"
野 협상테이블 끌어들이기 의도 시각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이틀 연속 차관인사를 단행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는 22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박 대통령이 주재한다면 지난달 11일 국무회의 이후 42일만이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오는 28일에는 박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대수비)를 공식일정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다음 주부터 본격적인 국정 챙기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한달 이상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아 참모진 차원에서 회의 주재가 필요하다고 건의했다"면서 "큰 변수가 없는 한 주재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와 수석비서관회의가 번갈아가며 열린 만큼, 아마 그 다음 주에는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을 비롯해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이 다음 주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된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회의 주재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당초 국무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에게는 아직 대통령 주재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 부총리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출국하면서 회의 주재를 맡게 됐다. 유 부총리는 "일단 내가 주재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대통령이 참석하신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여부에 대해 "결정된 게 없고 알릴 게 있으면 알리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미 국정챙기기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강하다. 연이틀 외교부 제2차관과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인사를 발표한데 이어 18일 오후에는 신임대사와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 등 정무직 인사에게 신임장 및 임명장을 수여하는 등 공식일정을 재개했다. 박 대통령의 이날 공식일정은 지난 10일 한ㆍ카자흐스탄 정상회담 이후 8일 만이다.
정 대변인은 다음 주 박 대통령의 공식일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정을 다 체크해보지는 못했다"며 잠시 생각하기도 했다. '최순실 파문' 이후 같은 질문에 "공식일정이 없다"며 즉각 반응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청와대는 또 다음달 박 대통령의 한ㆍ중ㆍ일 정상회담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 파문'으로 수세에 몰렸음에도 불구하고 국무회의를 주재하기로 한 결정한 배경에는 청와대 참모진 건의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참모는 "더 이상 국정공백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은 외교, 국방, 경제 등 모든 분야의 최고책임자"라면서 "엄중한 책무가 있는데, 아무 일도 안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박 대통령이 연이틀 인사를 발표하자 청와대 내부에서 "국정공백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한다.
일각에서는 야당을 영수회담 테이블로 끌어들이기 위한 청와대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가 "최소한의 조처"라고 밝힌 데는 국회가 총리 인선을 거부함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의미가 포함됐다는 뜻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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