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거부하는 野 압박 성격 짙어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 연속 내각 인사를 발표하면서 국정 정상화 의지를 또 다시 표명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외교부 제2차관 내정자를 발표한데 이어 17일 최순실 파문으로 공석이 된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유동훈 국민소통실장을 내정했다.
특히 전날 외교부 인사가 대변인의 서면브리핑으로 이뤄진 반면, 이날 문체부 차관 인사는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석상으로 발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외치 뿐 아니라 내치에 대해서도 정상화 의지를 나타낸 것 아니냐는 이유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국정 정상화 의지는 전날 부산 엘시티(LCT) 비리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하면서 윤곽이 드러났다. 이날 문체부 2차관 인사까지 발표하면서 정상화 의지는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움직임은 더 이상 국정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야당이 본인의 사퇴를 주장하며 국정과 관련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국정에 협조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정책임자로서 가만있을 순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인사 카드를 던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야당은 박 대통령의 전면 퇴진을 요구하며 어떠한 협상도 거부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잇단 '액션'을 통해 야당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국무총리의 제청 없이 인사카드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야당 입장에서는 더욱 초조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잇단 내각 인사가 국정정상화와 관련이 있는지는 오는 22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주재하는지 여부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APEC) 참석차 18일부터 22일까지 해외순방에 나서게 되면서 22일 예정된 국무회의 주재가 어려워졌다. 황 총리 귀국 이후 국무회의 일정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17일 차관회의에서 한일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이 상정돼 국무회의를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재할 확률이 높지만 박 대통령이 한달 이상 국무회의를 주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직접 챙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의 국무회의 주재 여부에 대해 이날 "아직 듣지 못했지만 일정이 확정되면 알리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음달 19∼20일 예정된 한중일정상회담에 박 대통령이 참석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져 대통령의 보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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