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후 유가 롤러코스터…"美 석유 생산 증가로 약세" vs "OPEC 감산 합의로 하락에 제동"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제유가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이후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망도 엇갈린다. 트럼프 당선 후 약세였던 유가가 간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가능성에 급등하면서 트럼프 시대가 유가에 악재가 될 것이란 예측과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맞서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유에 투자하는 'TIGER 원유선물(H)' 상장지수펀드(ETF)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지난 9일부터 15일 장 마감까지 1.71% 하락했다.
미국 대선이 치러지기 전날인 8일 0.12% 상승했던 TIGER 원유선물(H)는 트럼프 당선이 확정된 9일 하룻새 1.59% 떨어졌다. '신한 브렌트원유 선물' 상장지수채권(ETN)도 9일 하루에만 2.17% 내린 후 같은 기간 2.5%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 후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국내 원유 투자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지난 9~15일 3.69% 내렸고 북해산 브렌트유는 같은 기간 3.49% 떨어지며 원유 투자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가 전통 에너지에 대한 환경 규제를 완화해 석유 생산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대선 전 힐러리 클린턴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주장한 반면 트럼프는 에너지 자립 정책에 따라 석유,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 생산 확대를 강조해왔다.
천원창 신영증권 연구원은 "트럼프가 환경 규제 완화 및 키스톤 XL 송유관 프로젝트 승인으로 미국 내 원유 공급 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위축으로 풍력, 태양광 수요 일부가 원유로 옮겨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는 WTI 가격 전망치를 2016년말 기준 종전 54달러에서 50달러로, 2017년말 기준 기존 64달러에서 60달러로 하향조정했다.
트럼프의 인프라 확대 정책이 미국 채권 발행 증가와 금리인상 가속화로 이어질 것이란 점도 유가에 부담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 자산으로 돈이 몰리고 유가는 하락할 공산이 크다.
변수는 OPEC의 원유 감산 가능성과 친석유기업 성향의 미국 공화당이 유가 하락 속도 제한에 나설 가능성이다. 트럼프 당선으로 OPEC의 감산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주 카타르 도하에서 다른 산유국을 만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15일(현지시간) WTI는 전날보다 5.8% 오른 45.81달러에 마감했다.
서태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0년간 미국 건설지출과 원유소비 증감율이 비슷한 궤적으로 움직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 확대는 원유소비 증가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며 "미국이 원유시장 펀더멘털에 영향을 줄 정도로 공급을 급격하게 늘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원유 수요는 소폭 상승해 공급 증가를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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