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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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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요소인 크레바스 지역 탐험 나서

[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내가 웃는 것처럼 보여?" 해표가 우리의 접근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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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남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시아경제는 오는 18일까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현장 취재한다. 지난해 아라온 호에 탑승해 현장 취재한 [북극을 읽다]에 이어 [남극을 읽다]를 연재한다.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의 활동과 남극의 변화무쌍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남극은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기지가 들어서 남극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남극을 통해 아주 오래 전 지구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남극을 읽다]를 통해 남극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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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쯤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 도사리고 있는 크레바스(Crevasse, 갈라진 틈) 지역 탐험에 나섰습니다. 권용장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하 철도연) 물류시스템연구실장, 박재현 물류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과 함께 관찰했습니다.

국내에서 장보고 과학기지를 올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비행기와 배를 타고 올 수 있습니다. 10월말~11월말까지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의 바다 위에 비행기(이탈리아 활주로)가 내릴 수 있습니다. 약 2m50㎝ 두께 정도로 바다가 얼어붙기 때문입니다. 11월 중순에 접어들면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합니다. 곳곳에 크레바스가 생깁니다.


지금도 얼음이 녹아 크레바스 지역이 많습니다. 임시방편으로 철판을 얹어 차량이 이동하고 있습니다. 폭이 넓은 곳은 약 8m에 이르렀습니다. 위험해 보였습니다. 철도연 연구팀이 올해 장보고 과학기지를 찾은 이유 중의 하나가 이 때문입니다. 크레바스 지역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민하기 위해서입니다.

[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바다 위 활주로에서 장보고 과학기지로 들어오는 길목에 크레바스가 곳곳에 있다.


매우 큰 크레바스는 물자와 인력이 이동하는데 큰 위험 요소가 됩니다. 무거운 장비 등이 이동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크레바스 지역에 발을 넣어봤더니 아무런 저항 없이 '쑤욱' 빠져들었습니다. 막대기로 크레바스 지역을 쳤더니 곧바로 밑에 있는 바닷물에 닿았습니다. 크레바스 지역을 건널 때는 매우 조심해야 합니다.


권용장 실장은 "조립식 모듈을 설치하면 이 같은 크레바스 지역을 건너는데 문제가 없다"며 "필요할 때마다 조립식 모듈을 설치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보관하면서 장기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장보고 과학기지 기초연구를 통해 앞으로 장보고 기지에서 크레바스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곳곳의 크레바스 지역을 관찰하는 길에 웨델물범(옛 이름:해표)를 만났습니다. 얼음 위에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대여섯 마리가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긴 하품을 토해 냈습니다. 물범은 우리가 다가서도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동행한 김홍귀 극지연구소 직원은 "물범이 크레바스가 있는 지역으로 올라와 얼음 위에서 쉴 때가 많다"며 "사람이 다가가도 별 움직임이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11월에 접어들면서 얼음이 녹기 시작한다. 곳곳에 넓은 틈이 생긴다.


뭔가 큰 동작으로 우리를 위협한다든가, 도망갈 준비를 하는 모습 등을 기대했는데 예상밖이었습니다. 덩치가 매우 큰 물범에게 보잘 것 없는 인간의 접근은 큰 의미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올 테면 와라'는 식의 무관심이었습니다.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데 낯선 인간의 방문이 매우 귀찮다는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물범를 뒤로 하고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약 8㎞ 떨어진 이탈리아 기지(마리오 주켈리)를 방문했습니다. 마리오 주켈리 기지는 컨테이너를 이용해 만들었습니다. 1986년 완공됐습니다. 10월말~2월초까지만 운영합니다. 우리 연구팀이 비행기를 통해 내리는 곳도 이탈리아 활주로입니다.


[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약 8km 떨어져 있는 이탈리아 기지.


이탈리아 연구팀의 한 사람이 우리를 보더니 반갑게 맞으면서 "안으로 들어와 커피 한잔 하고 가라"고 권했습니다. 기지 안으로 함께 들어가 식당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셨습니다. 중간 중간에 이탈리아 연구팀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왔고 그때마다 "Hello!"라며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남극은 한 국가를 떠나 모두가 공동체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힘들고 지칠 때 서로 보듬어주는 곳이 남극입니다.

[남극을 읽다]물범의 한가로운 오후… ▲"나의 오후 낮잠을 방해하지 마!" 해표가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다.



◆"운석·지질·펭귄도 주요 연구 대상"


남극은 46억 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는 운석이 곳곳에 존재한다. 운석이 많은 곳 중 하나가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약 200㎞ 떨어진 엘리펀트 모레인이다. 올해 10월말에 장보고 과학기지에 들어와 운석 연구를 하고 있는 최변각 서울대 지구과학교육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세 번 정도 엘리펀트 모레인 지역을 탐사했는데 올해 240개의 운석을 수집했다"고 말했다. 작은 것은 10g에서 큰 것은 1.8㎏에 달했다.


최 교수는 "운석을 수집해 현미경 분석 등을 통해 운석의 성질을 규명한다"며 "이어 운석학회에 보고되면 전 세계 모든 연구자들이 이를 연구 기초자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 국가의 소유 개념보다는 누구나 공동 연구 자료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운석뿐 아니라 장보고 과학기지 반경 7㎞에 이르는 정밀 지질도 구축작업도 추진되고 있다. 장보고 과학기지 주변의 암석을 구분해 4개 정도로 정리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김현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국토지질연구본부 박사는 "약 1대2만5000의 지질도를 만들고 있는데 예상보다 어려움이 많다"며 "절벽과 빙하 등에서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혀 연구 속도가 붙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밀 지질도는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는 어떤 암석으로 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연구 프로젝트이다.


남극의 대표 동물인 '펭귄'에 대한 연구도 빼놓을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이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약 30㎞ 떨어진 케이프 워싱턴 지역 등에서 펭귄 연구를 하고 있다. 정호성 극지연구소 박사는 "펭귄이 살고 있는 지역을 가보면 우리는 이방인에 불과하다"며 "펭귄이 우리를 구경하러 오는데 우리가 펭귄을 연구하는 것인지 펭귄이 우리를 관찰하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후 변화 등으로 펭귄의 개체수와 생태계 변화 등을 꼼꼼히 기록한다.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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