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43초

엄홍길 대장도 위험 회피 방법 같이 고민해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장보고 과학기지 대원들이 K-루트 답사에 나서고 있다.
AD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시아경제는 오는 18일까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현장 취재한다. 지난해 아라온 호에 탑승해 현장 취재한 [북극을 읽다]에 이어 [남극을 읽다]를 연재한다.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의 활동과 남극의 변화무쌍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남극은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기지가 들어서 남극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남극을 통해 아주 오래 전 지구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남극을 읽다]를 통해 남극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편집자 주]
<#10_LINE#>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보이는 설원.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직선거리로 1700㎞에 이르는 남극점까지 '코리안 루트(K-루트)' 개척 사업이 추진됩니다. 극지연구소는 내년도 주요 신규 사업 중 하나로 K-루트를 선정해 연구 작업에 뛰어들었습니다. 2020년까지 4년 동안 약 260억 원 규모의 사업입니다. 지난해 약 200㎞ 정도까지 1차 답사를 끝냈습니다. 올해는 360㎞까지 진출할 예정입니다.


K-루트는 2020년까지 내륙에 우리나라 빙하시추기지 후보지까지 진출하고 이후 2021년까지 남극점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현재 남극에는 각국 기지들이 해안에 집중돼 있습니다. 내륙에 상주 기지를 두고 있는 곳은 미국(1957년), 러시아(1958년), 프랑스와 이탈리아(1996년) 공동 고지 등 네 나라뿐입니다. 일본과 중국도 내륙기지를 가지고 있는데 상주기지가 아닌 임시기지입니다. 우리나라가 내륙에 기지를 건설하면 남극 진출 국가 중 내륙에 기지를 갖는 몇 안 되는 나라에 포함됩니다.

남극 내륙진출 루트를 확보하는 것은 극지 연구에서 중요한 잣대가 됩니다. 내륙기지를 통해 심부빙하를 채취할 수 있습니다. 심부빙하를 통해 최소 100만 년 전의 기후를 연구할 수 있습니다. 또 2000~3000m 빙하 밑에 있는 빙저호에 대한 접근이 가능합니다. 빙저호 호수의 물을 끌어올려 그 속에 있는 미생물 등 여러 기초과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극지연구소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K-루트 사전답사에 나섰다.[사진제공=극지연구소]


K-루트를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먼저 산을 넘어야 합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100㎞ 까지는 매우 경사가 가파른 언덕과 마주칩니다. 이 경사로를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버거운 측면이 많습니다. 100㎞를 넘어서면 그 다음부터는 설원이 펼쳐집니다. 상대적으로 내륙으로 진출하기 쉽습니다.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 멜버른 화산이 있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박사(K-루트사업단장)는 "K-루트는 고원의 능선을 따라 이동하게 될 것"이라며 "빙저호와 심부빙하를 연구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극지연구소 단독으로 추진될 수 있는 사업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른 정부출연연구소와 기업체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K-루트 개발에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 출연연, 코오롱스포츠와 현대자동차 등 기업체가 함께 협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철도연에서는 고단열 컨테이너와 모듈형 교량 제작 등의 임무를 맡습니다. 현대자동차는 남극점까지 가는 지프형 트럭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K-루트 개발을 위해서는 설상차 10대, 화물썰매 10대, 연료보급 썰매 10대, 캐러밴 2대 등 대규모 장비가 총망라됩니다. 이종익 박사 연구팀은 최근 위성과 경비행기를 이용해 항공 아이스 레이더(Ice Radar) 탐사를 진행했습니다.


이 박사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이 남극 연구에 앞서나가는 나라들"이라며 "우리나라가 남극의 내륙으로 진출하면 이들 나라와 우리나라를 포함해 폴라(Polar) G7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남극은 이동하는데 헬기를 이용한다.


이 박사는 "남극을 '차가운 사막(Cold Desert)'이라고 부르는데 K-루트 프로젝트는 단순히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출발해 1700㎞ 떨어진 남극점에 태극기를 꽂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라며 "심부빙하와 빙저호를 통한 극지공학과 우주과학의 기초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함께 산을 올라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10_LINE#>

◆엄홍길 대장 "K-루트는 같이 힘겨운 산을 오르는 일"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찾았습니다. 히말라야 등반 등 극지산악 전문가인 엄 대장이 남극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제까지 그가 경험했던 하나 하나를 남극 대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서였습니다.


"극한 지역에 등반을 많이 하다 보니 (남극 정보고 과학기지를) 직접 찾아 어디가 위험한지 조언해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산악이든 남극이든 극지 환경은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다."


[남극을 읽다]1700㎞ 'K-루트'…"함께 오르자" ▲엄홍길 대장

지난달 25일 장보고 과학기지에 들어온 엄 대장은 약 13일 동안 정보고 과학기지에 머물면서 여러 곳을 대원들과 함께 직접 살폈습니다. 그는 말보다는 실천이 우선입니다. 대원들과 하나하나 현장을 몸소 경험했습니다.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 있는 멜버른 화산과 리트만 산에서 화산암을 채취하는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엘리펀트 모레인에서 운석 탐사를 하고 난센 빙붕에 지진계를 설치한 곳 등을 두루두루 다니면서 위험 요소는 없는지 파악했습니다. 장보고 과학기지 뒤쪽에 있는 브라우닝산도 대원들과 함께 등반했습니다.


엄 대장은 "남극 빙하가 상당히 많이 녹고 있고 크레바스가 생기면서 온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며 "9년 전인 2007년 12월에 남극 대륙 최고봉 빈슨 산괴를 올랐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여름이 일찍 시작되는 느낌"이라고 전했습니다. 기후변화의 흐름이 남극에서도 그대로 전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환경 변화는 연구원들에게 위험 요인이 더 많아지는 요소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엄 대장은 이번 방문과 함께 '남극홍보대사'가 됐습니다. 엄 대장은 "정부 조사단과 함께 이번에 같이 남극에 들어왔는데 이분들과 얘기를 하다 보니 남극홍보대사로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그렇게 됐다"며 "극지탐험을 한 사람들은 얼굴만 봐도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만큼 친밀감이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엄 대장은 우리나라 산악인으로서는 독보적 존재입니다. 그는 히말라야 16개봉을 모두 등정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위험을 무릅쓰고 극복했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8000m의 높은 산을 오르지는 않습니다. 대신 사람들과 함께 세상을 오르는 방법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는 2008년 '엄홍길 휴먼재단'을 만들었습니다.


엄 대장은 "네팔을 여러 번 다니다보니 네팔 사람들이 힘들게 살고 있더라"며 "2010년부터 네팔 지역에 11개 학교를 지었고 16개 학교를 지을 예정인데 현재 15개까지는 학교 설립 계획이 다 됐다"고 밝혔습니다. 자신이 신세지고 도움을 받았던 길에서 이제 자신이 되갚음을 실천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습니다.


엄 대장은 8일 남극을 떠나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면서 "현장에 와서 보니 남극 연구팀들이 악조건 상황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남극이 따뜻해지면서 위험은 늘 존재하는데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모든 것은 안전이 우선"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습니다. 열정과 노력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면 우리나라의 미래 남극 기초과학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