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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을 읽다]"남극에 도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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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하얀 세상 펼쳐져

[남극을 읽다]"남극에 도착하다" ▲8일 남극 착륙장에서 바라본 멜버른 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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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보고 과학기지(남극)=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아시아경제는 오는 18일까지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를 현장 취재한다. 지난해 아라온 호에 탑승해 현장 취재한 [북극을 읽다]에 이어 [남극을 읽다]를 연재한다.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의 활동과 남극의 변화무쌍한 현장을 실시간으로 전한다. 남극은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연구기지가 들어서 남극에 대한 연구가 무르익고 있다. 기후변화 이슈가 불거지는 가운데 남극을 통해 아주 오래 전 지구역사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남극을 읽다]를 통해 남극의 현재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편집자 주]

마침내 남극에 도착했습니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약 6시간30분 동안 비행한 뒤 남극용 수송기가 8일 오후 1시30분쯤(현지 시간) 장보고 과학기지 인근 얼음으로 돼 있는 착륙장에 무사히 도착했습니다.


남위 74도에 있는 장보고 과학기지 주변은 온통 하얗습니다. 우리나라 제 4차 장보고 과학기지 월동대원들은 마중 나온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착륙장을 근처로 하얀 세상이 끝없이 펼쳐졌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순간, 남극의 하얀 얼굴이 먼저 다가왔습니다. 어디를 봐도 하얀 세상뿐입니다. 저 멀리 하늘은 하얀색과 비교되면서 새파랗게 다가옵니다. 날씨는 그렇게 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았고 두꺼운 옷을 입은 상태에서 조금은 따뜻하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마침내 남극에 도착하다= 현재 기온은 약 영하 8도 정도 됩니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체감 온도는 더 떨어집니다. 월동 대원들은 착륙장에서 내린 뒤 지난 한 해 동안 월동을 보낸 3차 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한승우 3차 월동대장이 월동 대원들을 맞았습니다.


착륙장에는 태극기를 단 설상차가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태극기가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1만2000㎞ 떨어진 극지, 남극에서 휘날리는 태극기를 보는 것은 이제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세종기지, 2014년에 장보고 과학기지를 만들었습니다.


대원들은 두 대의 설상차에 나눠 타고 장보고 과학기지로 이동했습니다. 착륙장에서 장보고 과학기지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렸습니다. 얼음이 울퉁불퉁하지 않아 설상차는 미끄러지듯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남극을 읽다]"남극에 도착하다" ▲월동 대원들이 무사히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에 도착했다.


앞서 우리나라 월동대원들은 8일 오전 5시(현지 시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남극 수송용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이동했습니다. 이탈리아 하계연구팀 등을 포함해 총 50명이 비행기에 탑승했다.


간단한 짐과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월동대원들은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 안은 매우 충격적(?) 이었습니다. 일반 승객용 비행기와 달리 전선 등이 그대로 노출돼 스산한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대원들이 앉아 있는 뒤쪽으로는 화물이 그대로 묶여 있어 '인간과 화물이 공존하는 비행기'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곧바로 엄습한 것은 매우 시끄러운 소음이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기에 앞서 승무원들이 '귀마개'를 하나씩 나눠졌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귀마개가 왜 필요한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귀마개를 했는데도 비행기 소음은 귀 속으로 그대로 파고들었습니다.


이번 장보고 과학기지 월동대원들은 내년 11월까지 약 1년 동안 남극에 머물면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칩니다. 뿐만 아니라 짧은 기간 동안 연구하는 연구팀이 주기적으로 오가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합니다.


◆K루트, 확보한다=이번 연구 프로젝트에서 눈길을 끄는 것 중의 하나가 '코리안 루트(K루트)' 개발입니다. K루트는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남극점까지 약 1000㎞ 직선거리에 대해 물류 수송을 위한 길을 터는 작업입니다.


이종익 극지연구소 박사를 비롯해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용장 물류시스템연구실장, 박재현 물류시스템연구실 선임연구원이 함께 기초 연구를 수행합니다. 이들은 장보고 과학기지에 도착해 레이저 센서 등을 통한 크레바스(crevasse, 빙하가 갈라져서 생긴 좁고 깊은 틈) 검출 등 위험 회피 시스템을 고민합니다.


이를 통해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안전하게 남극 내륙까지 연구 인력과 물류를 수송하는 길을 찾을 예정입니다. K루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헬리콥터가 아닌 육로로 갈 수 있는 범위는 50㎞를 넘지 못합니다. 곳곳에 크레바스 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K루트가 확보되면 육로로 연구 인력과 물류가 움직일 수 있어 연구 영역이 획기적으로 넓어집니다.


◆남극 화산, 연구한다=남극에는 활화산이 많습니다. 이번 장보고 과학기지 하계연구팀 중 화산 가스를 연구하는 작업이 포함됐습니다. 극지연구소 이미정 박사가 현재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박사는 일본 화산 전문가와 함께 남극 활화산 중 하나인 멜버른 화산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이번 연구는 화산 가스를 분석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화산 가스는 분출하는 성분에 따라 폭발하는 시점을 예측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됩니다. 화산은 갑자기 폭발하는 게 아니라 가스의 성분이 서서히 변하고 일정 패턴을 보이면서 폭발합니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백두산의 화산 폭발에 대한 잣대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남극을 읽다]"남극에 도착하다" ▲대원들이 비행기에서 내리고 있다.


◆펭귄 생태계, 파악한다=기후변화는 전 지구촌의 관심사항 중 하나입니다. 남극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후변화는 남극과 북극 등 극지에서 제일 먼저 관찰됩니다.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겪는 곳입니다. 기후변화는 모든 생태계에 영향을 끼칩니다. 남극 펭귄도 예외는 아닙니다. 기후변화에 따라 펭귄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진우 극지연구소 박사팀이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30㎞, 300㎞ 각각 떨어진 각 연구 포인트 지점에서 연구를 진행합니다. 펭귄이 서식하고 있는 지역은 남극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펭귄을 연구할 때는 텐트를 치고 며칠 동안 노숙을 합니다. 매우 어려운 연구 작업 중 하나입니다. 남극의 강추위를 이겨야 합니다. 특별보호구역이다 보니 연구원들이 먹은 뒤 쓰레기, 심지어 배설물 등도 모두 챙겨 와야 합니다. 황제 펭귄을 비롯한 남극 생태계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극지의학, 새로운 도전 나선다=극지의학에 대한 연구 작업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1년 동안 극지에서 생활하는데 가장 필요한 인력 중 하나가 의료파트입니다. 이번 월동대원 중에 길병원 소속 한경석 박사가 동행합니다. 학 박사는 1년 동안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대원들의 건강을 살핍니다. 이번 월동 기간 동안 월동대원들의 건강에 대한 모니터링은 물론 심리 분석 등을 통한 우울증 데이터도 수집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극지 환경에서 의학 분야는 어떤 연구가 필요한지 등에 대한 추가 논의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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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동 한·뉴질랜드 남극협력센터장 "기초과학 연구는 중요하다"


"한 번 가본 사람은 다시 가게 된다."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 있는 한-뉴질랜드남극협력센터의 김예동 센터장의 말이다. 김 센터장은 1983년 남극에 처음 들어다. 그 인연 때문이었을까. 30년 동안 남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돼 버렸다. 김 센터장은 크라이스트처치에 오기 전에 극지연구소장을 맡았다. 소장직을 내려놓고 이곳으로 왔다. 김 센터장은 "기초과학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극지연구가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남극을 읽다]"남극에 도착하다" ▲김예동 센터장

김 센터장은 극지연구소의 산 증인이다. 김 센터장은 1987년 당시 해양연구소 극지연구실에 입사해 이 길을 걸어왔다. 2004년 극지연구소 초대소장이 됐고 이후 2013년에 다시 한 번 소장 임무를 맡았다. 김 소장은 1983년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학교 대학원에 다닐 당시 미국의 맥머도 남극기지에 다녀온 경험이 있다. 이 경험이 30년 동안 한 길을 걷게 된 배경 중 하나이다.


김 센터장은 "1989년 세종남극기지에서 월동대원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 마땅한 피복조차 없었고 남극용 옷에 대해 아는 사람도 없었다"며 "미국의 맥머도 남극기지에 갔을 때의 경험을 토대로 당시 남극용 옷을 만드는 등 1980년대에 우리나라 남극 연구는 걸음마 단계였다"고 말했다. 현재 남극에는 전 세계 각국이 선의의 '기초과학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러시아, 영국 등이 남극 기초과학의 선두 주자로 꼽힌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많은 발전을 했다. 아마 10위권에는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김 센터장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는 남극으로 가는 관문"이라며 "앞으로 각국들이 이곳을 거쳐 남극으로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남극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29개국으로 이뤄져 있는 남극환경보호위원회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남극에 대해서는 전 지구촌이 앞장서 보호해야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국이 최근 우리나라 장보고 과학기지 근처에 남극기지를 건설하겠다며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센터장은 "세종과 장보고 과학기지뿐 아니라 앞으로 남극 내륙 쪽으로 임시 캠프기지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극지에 대한 기초과학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나오지 않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많은 도움이 되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장보고 과학기지(남극)=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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