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부실 덩어리였던 기아자동차, 현대차에 인수되며 극적 회생
부실기업·전문경영인 체제라는 점에서 대우조선해양과 닮은 꼴
사업 재편 먼저 한 후, 새 주인 찾아야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대우조선해양이 회생하기 위해선 결국 제 3자에 매각 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기아자동차의 성공 사례를 참고할 만 하다. 전 (前) 한국금융학회장인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정부가 대우조선에 세금을 쏟아 부으면 언제까지 살아 날 것이란 비전을 제시하는게 불가능한데다, 적자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계속 끌고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구조조정, 매각가 수준, 노조문제를 해결해 어서 적절한 주인을 찾는 것만이 방법"이라고 말했다.
1998년 부실 덩어리였던 기아자동차도 인수를 통해 극적으로 살아난 기업 중 하나다. 그해 기아차의 당기순손실은 6조6500억원에 달했다. 매출(4조5107억원)보다도 2조나 많았다. 부도유예적용 까지 받았지만 회생 가능성은 없었다.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피아·크레도스·아벨라 3개 차종의 재고물량을 현금 일시불로 차를 사면 판매가의 29.9% 할인판매하는 조치까지 내놓았지만, 사세는 점점 더 기울어갔다.
지금의 대우조선해양은 당시 기아차의 '아바타'와 같은 존재다. 현재 대우조선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6월 말 기준, -1조2284억원) 상태다. 인력감축·자산매각을 진행 중이지만 누구도 회생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두 회사는 부실기업이라는 점 말고도 전문경영인 체제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문경영인이 주주 이익보다 사익을 내세워 생기는 '대리인 문제'도 양사에 일어났다. 김선홍 당시 기아차 회장은 새차 개발에 과도한 투자를 하고, 전망도 불투명한 기아특수강에 1조원을 쏟아 붓고도 책임 지지 않았다. 남상태 대우조선 전 사장의 금품수수와 회삿돈 횡령, 고재호 사장의 분식회계와 저가수주도 같은 맥락이다.
기아차를 늪에서 꺼낸 건 현대자동차였다. 98년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 51%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다. 기아차 부채 7조1700억원을 탕감받는 것이 조건이었다. 당시 현대차도 기아차의 늪에 같이 빠질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그러나 기아차는 보란듯이 22개월만에 법정관리에서 탈출했다. 인수된 지 18년만에 기아차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기아차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은 39조 7982억원, 영업이익은 1조 9293억원이다.
대우조선도 인수합병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대우그룹 해체 과정에서 지난 2000년 산업은행이 최대주주가 된 대우조선은 2008년 매각에 나섰다. 당시 대우조선의 가격은 6조3000억원.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한화그룹이 분할매수를 제시하자 산업은행이 거절했고, 노동조합도 반대하며 결국 인수합병에 실패했다.
이후 사태는 참담했다. 사장 연임을 둘러싼 로비와 분식회계와 같은 병폐들은 매각 실패 이후부터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그 때 매각만 됐더라도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투입된 수조원의 국민 세금을 낭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로도 삼성중공업, 포스코, 한화, SK그룹이 대우조선을 사들일 것이란 설이 돌았지만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매각 전에 먼저 법정관리부터 들어가 사업재편부터 제대로 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채권단이 구조조정을 제대로 한 경우가 없다. 자금만 대주고 있다가 경기 살면서 같이 살아나기를 바라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이른바 도덕적 해이 문제가 해소가 안된다"며 "법원은 이런 이해상충이 없어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면 법정관리를 시장에서 사업 부문 가치를 평가받고 사고파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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